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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증 반납할까,연장할까…그것이 문제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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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32)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 75세 고령 운전 차량 돌진, 통도사 인파 덮쳐!
- 고령 운전자 부주의 사고 ‘날벼락’ 대책 없나?
- 70대 운전자 몰던 트럭이 승용차 들이받아….
-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
-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급증!

최근 교통안전공단의 발표에 의하면 2018년 전체교통 사고대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비중은 13.8%다.
전체 사고자의 5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그렇다면 나머지 5분의 4는 젊은 사람들의 사고인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 아침도 예외 없이 신문, TV 방송에선
젊은 기자, 앵커들이 하나같이
‘고령자! 고령자! 고령자!’를 크게 외쳐 댄다.
마치 교통사고의 100% 주역은 고령자 때문이듯이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고령자 테두리 안에 있는 나 자신에게 퍼붓는 면박 같아서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은근히 부아도 치민다.
전체 사고의 5분의 1도 안 되는 고령 운전자 사고에만
유독 너무 휘몰아치는 느낌을 받아서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질책이 아닐까?

때마침 며칠 전에 도로교통공사에서 통지서를 한 통 받았다.
75세 이상 운전자의 적성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의 안내문이었다.
받는 순간 나의 인생 무대의 마지막 막을 내리라는
강제 명령문 같아서 기분도 우울했다.

어떻게 할까?
다시 연장 적성검사를 받아? 아니면 면허증을 반납해?
다음 순간 내 가슴 속에 잠재해 있던 반항아들이 일제히 일어나 고함을 지른다.
“미쳤어? 아직 사고 없잖아. 왜 반납해?”
“자기처럼 신중하게 운전하는 사람도 없잖아?”
“한 번 더 연장해! 바보야”

79살의 나, 이구동성으로 아우성치는
반항아들의 머리통에 꿀밤 하나씩 쥐어박는다.
“조용히 해라! 적성검사를 받을까, 말까 생각하는데 헷갈린단 말이야!”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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