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노크 귀순’ 90초 사과…질문도 안 받고 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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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북한 소형 목선 상황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곧바로 퇴장하고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북한 소형 목선 상황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곧바로 퇴장하고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북한 목선이 군 경계망을 뚫고 아무런 제지 없이 삼척항으로 입항한 지 닷새 만인 20일 정부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경두 장관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지난 15일 발생한 북한 소형 목선 상황을 군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해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군 안팎 “장관 책임 전혀 언급 없어” #국방부, 합참·23사단·1함대 조사

또 “이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계태세를 보완하고, 기강을 재확립하도록 하겠다”며 “사건 발생 이후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국민들께 소상하게 설명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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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장관은 이날 385자 분량의 사과문을 읽은 뒤 퇴장했다. 브리핑룸에 들어와 나가기까지 1분30초가량,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고 두 번 고개를 숙였을 뿐이었다.

국방부는 지난 17일 북한 소형 목선 귀순 사건과 관련한 군 경계태세를 점검한 결과를 설명하면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 장관은 19일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 사과했다. 그럼에도 군 안팎에선 “사과문에서 장관의 책임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방부는 군 당국이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과 관련해 경계 작전을 제대로 폈는지 규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이순택 국방부 감사관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린 뒤 합동참모본부, 동해안 경계를 맡은 육군 제23사단, 동해를 담당하는 해군 1함대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목선이 입항할 때까지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국민들께 큰 심려를 드렸다. 깊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총리는 “합동조사팀은 사건 경위와 군의 경계태세, 목선 발견 시점과 그 이후의 대응 등을 남김없이 조사하기 바란다”며 “조사 결과는 국민께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한 사람들에게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계체계와 장비와 태세 등의 문제를 신속히 보완해 그런 잘못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회의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들어오기까지 우리 군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은 큰 잘못”이라며 재차 사과했다.

이철재·위문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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