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소득 5분기 연속 ↓…처분가능소득은 10년 만에 '마이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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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20%의 가구의 명목 소득이 5분기 연속으로 감소하고,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드는 등 정부가 당초 의도했던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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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23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월 125만47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 1분위 소득은 지난해 1분기 이후 다섯 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보다 줄면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근로소득은 40만4400원으로 14.5% 줄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불황 등 여파로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1분기 0.67명이던 1분위 취업가구원수는 올해 1분기 0.64명으로 줄었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그나마 1분위의 소득 감소 폭을 줄인 것은 공적연금ㆍ기초연금ㆍ사회수혜금 등 ‘이전소득’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전소득은 전년 대비 5.6% 늘어난 63만1000원으로 1분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일자리를 통해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은 쪼그라든 반면, 각종 지원금이 늘면서 생활을 정부 등의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 상위 20%(5분위)의 소득도 992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2016년 1분기부터 이어졌던 증가세가 3년 만에 꺾인 것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2~4분위의 소득이 늘면서 1~5분위 전체 가구의 소득은 1.3% 늘어난 482만6300원을 기록했다. 근로소득이 0.5% 늘어난 322만원, 사업소득은 1.4% 감소한 89만2200원이었다.

하지만  가계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처분가능소득)으로 따지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이 374만8000원으로 0.5% 줄었다.  처분가능소득은 명목 소득에서  세금ㆍ국민연금ㆍ건강보험료ㆍ이자비용같이 국민이 매달 의무적으로 내는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이다.

처분가능소득이 이렇게 감소한 것은 2009년 3분기(-0.7%) 이후 약 10년 만이다. 박상영 복지통계과장은 “가계소득 증가가 1.3%로 낮은 수준인데다 비소비지출이 8.3%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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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비소비지출은 107만8300원으로 1분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월 100만원을 넘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482만6300원)을 감안하면 벌어들이는 돈의 22.3%를 만져보지도 못하고 정부 등에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높아진 비소비지출 비중은 가구 부담을 증가시키고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편 소득 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80배로 전년 1분기(5.95배)에 비해 다소 개선됐다. 1분기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2009년 5.93배를 정점으로 2015년에는 4.86배까지 떨어졌다가 2016년 이후 계속 상승세를 보여왔다. 박상영 과장은 “5분위 배율은 다소 개선됐지만, 시장의 소득 상황이 좋아진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조금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아니라 고소득층의 소득 감소에 따른 것인칸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게 통계청의 진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지난해 모든 분기에 걸쳐 감소하던 2분위 소득이 플러스로 전환됐다”며 “1분위 소득은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감소 폭이 큰 폭으로 축소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저소득층 소득 여건이 여전히 엄중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분배 개선세가 안착하고 저소득층 소득이 회복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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