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8년형 과하다"…'층간소음' 불만 70대 경비원 살해범 항소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1월23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아파트 단지 경비실에 만취한 주민에게 폭행당해 의식을 잃었던 이 아파트 경비원이 숨졌다는 내용의 부고장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23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아파트 단지 경비실에 만취한 주민에게 폭행당해 의식을 잃었던 이 아파트 경비원이 숨졌다는 내용의 부고장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며 아파트 경비원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은 아파트 주민 최모(46)씨가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최씨가 지난 16일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최씨가 변호인을 통해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항소 이유서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해 10월29일 새벽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한 아파트에서 만취한 채 경비실을 찾아가 아파트 경비원(71)을 수차례 손과 발로 폭행했다. 경비원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졌다. 주민 최씨는 평소 경비원에게 수차례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했으나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유족들이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유족들이 최씨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의사를 거두지 않으며 이들의 피해가 아직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며 지난 15일 최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회적 약자라고 볼 수 있는 고령의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범죄이므로 비난 가능성이 큰 것도 형을 정하는데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살해할 고의가 없었으므로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야 하며 당시 술에 만취한 상태로 심신상실·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해왔지만 재판부는 이 두가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는 지난달 24일 열린 공판에서 최후변론을 통해 “솔직히 너무 당황스럽다. 죽을죄를 지은 건 맞지만 감옥에 있는 것보다 나가서 잘할 수 있게 해달라”며 “당시 119나 경찰이 2시간 늦게 도착했다”고 말했다.

숨진 경비원의 큰아들(44)은 “판결 하루 만에 항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탄원서뿐이라 법원에서 판결문을 받고 탄원서를 준비하고 있다”며 “제발 1심에서 선고된 18년형이라도 조금이라도 깎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밝혔다.

최씨의 항소에 이어 검찰도 항소를 준비 중이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