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왜 해결 안 해줘" 70대 경비원 폭행 살해한 40대 징역 18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며 아파트 경비원을 살해한 40대 남성이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5일 70대 경비원 최모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아파트 주민 최모(46)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피해자 외상의 정도와 현장 모습 등을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당시 형언할 수 없는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족들이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엄벌에 처해달라는 의사를 거두지 않으며 이들의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회적 약자라고 볼 수 있는 고령의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범죄이므로 비난 가능성이 큰 것도 형을 정하는데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한 아파트 주민인 최씨는 지난해 10월 29일 만취한 상태로 경비실을 찾아가 경비원 최씨를 발로 차는 등 폭행해 숨지게 했다. 경비원 최씨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졌다.

최씨는 살해할 고의가 없었으므로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야 하며 당시 술에 만취한 상태로 심신상실·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최씨는 평소 경비원에게 수차례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하는 등 이웃들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어 온 바 있었다.

"계획 없어도 사망 가능성 인식했다면 살인"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살인은 반드시 목적이나 계획적인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게 아니라 행위로 인해 사망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다면 미필적 고의로 인정할 수 있다”며 “키 183cm에 몸무게 70kg인 건장한 40대가 상대적으로 외소한 70대에 키 161cm에 63키로의 경비원의 머리 부분을 공격했을 때 충분히 위험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23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아파트 단지 경비실에 만취한 주민에게 폭행당해 의식을 잃었던 이 아파트 경비원 A씨가 숨졌다는 내용의 부고장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23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아파트 단지 경비실에 만취한 주민에게 폭행당해 의식을 잃었던 이 아파트 경비원 A씨가 숨졌다는 내용의 부고장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또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폐쇄회로(CC)TV영상을 보면 경비실을 향할 때 바지가 내려간 상태로 뛰어가거나 비틀거리기는 하지만 목적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발로 가격할 때 비틀거리지 않는 등 대상으로 한 일관되고 명확한 범행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같은 날 최씨는 최후변론에서 “내 목숨을 걸고 말하건대 층간소음 문제 아니었다. 감옥에 있는 것보다 나가서 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감옥서 죽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에 시민 3600명 엄벌 탄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후 3600여명의 시민이 법원에 최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2박스가량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2일 국민청원에 아들이 직접 글을 올렸으며 당시 이 청원은 4만626명의 동의를 얻었다.

재판이 끝난 후 유족인 큰아들 최모(44)씨는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며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시지 않는 한 형을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소용없는 것이지만 검찰이 구형했던 정도가 나오지 않은 것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생은 현재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고 나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나 행동을 보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느껴지는 등 피해를 받고 있다”며 “항소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고려해서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