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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간편식 즐겨요? 영양성분표 살펴 건강 챙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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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가공식품 고를 때

총 열량과 1회 열량 혼동 말아야 #무설탕·NO콜레스테롤·저지방 등 #영양 강조표시 제대로 이해하길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간편식 등 가공식품 섭취가 늘고 있다. 이런 식습관은 자칫 비만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기 쉽다. 자극적인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반면 영양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땐 소비자의 알 권리인 식품의 영양 정보를 살펴보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영양 정보는 제품의 총 열량과 지방, 당, 나트륨 등 건강과 밀접한 영양 성분과 함량을 표시한 일종의 ‘식품 이력서’다.

우리가 구입하는 식품에는 유통기한만 표시돼 있는 게 아니다. 원재료명, 성분과 함량, 안전을 위한 주의 사항 등 다양한 표시가 있다. 과자류·빵류·만두류·음료류·즉석섭취식품 등 다양한 유형의 식품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중 영양 정보에는 열량·단백질·지방·나트륨·탄수화물·당류·포화지방·트랜스지방·콜레스테롤 총 9가지가 표시돼 있다.

가공식품이나 외식 메뉴를 선택할 때 어떤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표시된 영양 정보를 확인하면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는 잘 챙겨 먹게 되고 과잉 섭취하기 쉬운 영양소는 적정량을 섭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혀끝은 무디기 때문에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이 음식이 얼마나 달거나 짠지 잘 느끼지 못한다”며 “입맛에만 의지하지 말고 성분표를 보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초 한 시민단체가 국내 편의점 5곳의 도시락 15개를 조사했더니 평균 나트륨 함량이 1390㎎으로 세계보건기구(WHO) 1일 섭취 권고량(2000㎎)의 70%에 달했다. 한 편의점에서 파는 치킨 도시락에는 나트륨이 2950㎎나 들어 있었다.

오 교수는 “가공식품이나 외식 메뉴에는 자극적인 맛을 내기 위해 나트륨이나 포화지방 같은 성분이 상당한 경우가 많다”며 “특히 ‘혼밥’을 많이 하는 혼자 사는 남성은 나이 들수록 비만과 성인병 위험이 커지므로 영양 성분표를 꼭 챙겨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음료수 살 땐 특히 당류 함량 확인

영양 정보를 비교하고 식품을 선택하는 습관은 건강관리의 초석이다. 식품 포장지의 영양 성분 표기 내용(라벨)을 챙겨 읽는 사람의 경우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17%로 영양 표시를 모르는 집단의 유병률(47%)보다 훨씬 낮다는 연구결과(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 2013)가 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은 특히 이런 영양 성분표를 잘 읽지 않는다”며 “한 번 먹을 때는 모르지만 영양의 질이 떨어지는 가공식품을 오랜 기간 먹으면 건강에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지역사회건강조사(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영양 표시에 대한 인지 수준은 43%였다. 하지만 이런 영양 표시를 실제로 식품 선택에 활용하는 경우는 17%에 불과했다.

영양 성분표는 특히 만성질환자 등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사람들이 챙겨야 할 항목이다. 하지만 영양 성분 표시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만성질환자 10명 중 8~9명은 영양 성분표를 활용하지 않는다(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오승원 교수팀, 2014).

당뇨병·비만 환자, 이상지질이 있거나 혈관이 안 좋은 사람은 영양 성분표를 비교해 당·나트륨·포화지방 함량이 적은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오 교수는 “현대인의 많은 질병 원인 중 하나는 혈당이 순간 올라가서 발생하는 인슐린 저항성 문제”라며 “음료수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탄수화물 항목에서 당류가 낮은 것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편의점 볶음밥 먹을 땐 계란 추가

영양 성분표를 볼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1회 제공량과 총 제공 열량을 헷갈리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총 120g의 과자 한 봉지의 열량은 600㎉나 된다. 그런데 영양 성분표를 보면 1회 제공량(30g)의 열량이 150㎉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적힌 경우가 있다. 자칫 과자 한 봉지의 열량이 150㎉라고 오인할 수 있다. 전체 과자 봉지의 열량과 성분(나트륨·당류 등)을 비롯해 1회 적정 섭취량도 확인하는 게 좋다.

영양강조 표시를 볼 때도 주의해야 한다. ‘무설탕, 무가당’은 설탕·당을 인위적으로 넣지 않았을 뿐 아예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지방’ 표시도 오해하기 쉽다. 저지방 표시 식품의 대부분은 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의 지방 함량을 줄인 것이다. 기존 제품보다 지방 함량이 적지만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반조리 식품을 선택할 때는 영양 정보를 확인한 뒤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조리해 먹으면 좋다. 예컨대 간편식 볶음밥에 계란이나 두부 등을 넣어 먹으면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 샐러드를 곁들이거나 후식으로 과일을 먹으면 부족한 비타민·무기질 등을 챙길 수 있다. 당류가 높은 간식을 먹을 때는 함께 마시는 차나 음료라도 단순당이 없거나 낮은 걸 고르는 것이 낫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Tip] 영양 정보 볼 때 이것 기억하세요

영양소 기준치(%) 비교해 선택해요
포장지의 ‘영양소 기준치(%)’를 보면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퍼센트 영양소 기준치는 제품에 들어 있는 영양 성분의 1일 기준치에 대한 비율이다. 지방 15%라고 적혀 있으면 해당 제품의 1회 제공량에 하루 필요한 지방의 15%가 들어있다는 뜻이다. 그날 지방이 많이 든 식품을 먹었다면 이후에는 저지방식을 택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 환자는 당류·탄수화물 확인해요
단백질·식이섬유·칼슘 등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는 일일 ‘영양소 기준치(%)’가 높은 것을 선택하고 나트륨처럼 많이 섭취하기 쉬운 영양소는 낮은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고혈압 환자는 나트륨, 당뇨병 환자는 당류·탄수화물·열량, 고지혈증 등 심혈관 질환자는 지방·포화지방·트랜스지방·콜레스테롤 함량을 반드시 확인하고 가급적 적게 든 식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무설탕·NO콜레스테롤 맹신 말아요
무설탕 제품은 설탕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다른 당류가 첨가됐을 수 있다. 인위적으로 당을 첨가하지는 않았지만 원재료에 당 성분이 들어 있어 당류 퍼센트가 적거나 높을 수 있다. ‘무(無)·저(低)·NO’라고 해서 열량이 낮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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