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놓고 與 “文, 최고 협상가”, 野 “뜬구름 잡는 정체불명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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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회담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회담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뉴스1]

4ㆍ11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여야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내고 “한미는 동맹으로써 공조를 굳건히 하고,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일괄 타결 방안’과 북한의 ‘단계적 합의와 이행’ 방안을 절충하고 타협점을 모색하는 이른바 ‘포괄적 합의ㆍ단계적 이행 방안’을 제시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최고 협상가(top negotiator)’ 면모를 다져나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정 대변인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회담”이라며 “2017년 전쟁 직전의 상황에 비하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굉장한 변화를 추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뉴스1]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뉴스1]

민주당은 이번 회담으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 주식 문제 등으로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당 안팎에선 4ㆍ27 판문점 선언 1주년이 되는 이달 말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를 계기로) 다시 평화의 바람 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번 정상회담을 실패로 규정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마디로 뜬구름 잡는 정상회담이다. 왜 갔는지 모를 정도의 정체불명 정상회담”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실무회담이 잘 되고 있다고 예고한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정부는) ‘굿 이너프딜’을 미국이 용인해줄 것처럼 안개를 피웠으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이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 북한 바라보기 외교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애초 15분 단독회담이 예정됐는데 고작 2분이었다”면서 “잠깐 만나 북미정상회담이 결코 끝난 게 아니라는 선언적 얘기나 들으려고 미국산 무기를 많이 사들이겠다고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이번 정상회담이 북핵 협상의 모멘텀을 이어갔다는 점은 평가했지만 사실상 ‘빈 손 회담’이라고 지적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미회담 가능성을 밝혔다는 점에서 중단된 북핵 협상이 재개될 수 있는 모멘텀을 살렸다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면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을 찾아보기 어려웠단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특히 손 대표는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자력갱생’이라는 단어를 27차례나 언급하는 등 ‘전략적 인내’에 돌입했다”며 “정부가 조급함으로 인해 일을 그르치는 건 절대 금물이다. 이미 미국 조야에선 한국 정부가 북한 입장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감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날 당 연석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답답하게 끝난 것이 안타깝다. 답답한 정상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빅딜을 강조하면서도 여러 가지 스몰딜이 가능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제한적이지만 성과”라면서도 “남북관계를 하나부터 열까지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로 몰고 간 것은 분명히 실책”이라고 말했다.
유성운ㆍ현일훈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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