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결단의 장소’ 삼지연 5개월 만에 시찰…승부수 내놓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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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군에 신축 중인 ‘삼지연 호텔’ 건설 현장과 감자가루 생산공장 등을 시찰했다고 4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 했다. 국가적 고비를 전후로 삼지연 지역을 찾고 있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군에 신축 중인 ‘삼지연 호텔’ 건설 현장과 감자가루 생산공장 등을 시찰했다고 4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 했다. 국가적 고비를 전후로 삼지연 지역을 찾고 있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군(郡)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여 만의 삼지연 방문이다.

비핵화 관련 결단 나오나 관측 #일각 “내부 기강 잡기위한 행보”

백두산 초입의 삼지연군은 김일성 주석의 ‘조선(항일)혁명’과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곳으로 북한이 선전하는 곳이다. 인근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고향이라는 소백수 밀영도 있다. 김정은은 2015년 이 일대를 관광특구화하는 ‘삼지연군꾸리기’ 사업을 지시한 이후 수시로 챙기고 있다. 이날도 이 사업을 거론하며 “우리 앞길을 막으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치렬한 계급투쟁, 정치투쟁”이라며 “삼지연군건설에서 승전포성은 우리 국가의 위력, 경제적 잠재력의 과시로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과거 중대 고비 때 마다 이곳을 찾은 만큼 이번에도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비핵화 등과 관련해 모종의 결단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3년 11월 백두산 시찰 후 평양으로 가서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숙청했고, 집권 3년차인 2014년 11월 이곳을 찾은 후엔 이듬해 신년사에서 남북 최고위급회담 개최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한국, 미국과 회담 국면을 앞둔 2017년 12월에도 이곳을 찾았다.

향후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구상은 오는 11일 최고인민회의나 앞서 열릴 당 관련 회의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이미 향후의 정책 결정은 내렸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 및 한국 정부와의 물밑접촉 상황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11일) 전 내부 입장을 발신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번 삼지연 방문이 내부체제 정비 차원의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작년에는 7월과 8월, 10월 세 차례 삼지연군을 방문했다”면서 “삼지연 방문은 올해 첫 경제현장 방문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대외 협상에 주력했던 모습에서 내치 강조로 돌렸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만 대동했다. 현지 간부들이 영접을 했지만 북한 매체들은 ‘2인자’로 불리는 최용해 중앙당 부위원장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직지도부를 중심으로 동요하는 내부 기강을 다잡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김 위원장 집권 후부터 그림자 수행 중인 조 부부장만 데리고 간 것은 대외 메시지가 아닌 대내 결속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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