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사망자 > 출생자'···인구 자연감소 10년 당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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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된다. 외국인 거주자 등을 포함한 한국의 총인구는 2028년 519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줄어 2067년에는 1982년 수준인 3929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중위 추계 시나리오)됐다. 2017년부터 10년간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50만명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452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계청은 2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970년대 연 100만명이 넘던 출생아 수는 올해 30만9000명으로 줄어든다. 사망자 수는 31만4000명으로 출생아 수를 넘어서 올해부터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노인은 많은데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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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지난 2016년 ‘2015∼2065년 장래인구추계’ 당시 2029년부터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기록적인 저출산이 지속하면서 ‘현실’이 ‘예측’을 10년이나 앞질러 간 것이다. 2067년에는 출생아 수는 21만명까지 줄어들고, 사망자 수는 74만명으로 늘어나면서 격차가 3배 이상으로 벌어진다.

결혼ㆍ유학ㆍ이민 등으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국제이동에 의한 인구’ 증가 덕분에 한국의 실제 인구 감소는 2029년부터 시작된다. 통계청은 한국의 총인구가 2017년 5136만명에서 2028년 5194만명까지 늘어난 뒤, 2029년에 인구가 줄어드는 마이너스 인구성장을 시작해 2067년에는 인구 감소율이 연 1.26%에 이를 것으로 봤다. 통계청은 2016년 당시 우리나라 인구가 2032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는데, 불과 2년 만에 이 시점이 3년 앞당겨졌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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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는 출산율과 기대수명, 국제 순이동 등 인구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중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가정했을 때의 ‘중위 추계’ 시나리오다. 낮은 수준의 인구성장을 가정한 ‘저위 추계’ 상으로 한국의 인구 정점은 2019년(5165만명)으로 빨라지고, 2067년에는 3365만명으로 1972년 인구 수준까지 감소한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0.87명 아래로 내려가고, 인구의 국제 순유입이 예상보다 줄어든다면 당장 내년부터 한국이 ‘인구절벽’에 직면하게 된다는 얘기다. 다만 높은 수준의 인구 성장을 가정하는 '고위 추계'로는 인구 정점은 2036년(5375만명)으로 늦춰지고, 인구는 2067년 4547만명(1996년 수준)을 유지한다.

경제 활동을 하는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이미 2017년 3757만명으로 꼭짓점을 찍고 줄고 있다.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가 고령인구로 빠져나가는 2020년부터 급격히 감소해 2067년에는 '반토막' 수준인 1784만명까지 쪼그라든다.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 기준으로는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3(73.2%)을 차지하지만, 2067년에는 절반도 안 되는 45.4%로 감소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7년 707만명, 2025년에 1000만명을 넘고, 2050년에 1901만명까지 증가한 후 감소한다. 2067년 고령인구는 1827만명으로 전체의 46.5%, 유소년 인구는 318만명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한다. 고령인구가 유소년 인구보다 5.7배 많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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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얼마 안 되는 경제활동인구가 예전보다 더 많은 노인과 어린이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ㆍ유소년 인구를 가리키는 ‘총부양비’는  2017년 36.7명에서 2038년에 70명을 넘고, 2056년에는 100명을 돌파한 뒤, 2067년 120.2명으로 증가한다.

지금은 성인 3명이 노인ㆍ유소년 1명만 부양하면 되지만, 37년 뒤부터는 부양받을 사람이 부양할 사람보다 되레 많아진다는 의미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한국의 총부양비는 2017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이지만, 2065년에는 가장 높은 수준의 국가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한국이 마주할 ‘인구 절벽’ 쇼크는 한국 경제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기조가 이어지면, ‘출산율 저하→인구 감소→내수 위축→경기 침체→출산율 저하’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전체 소비가 줄면 투자할 요인이 줄어든다. 취업자가 줄고 고령화되면서 생산력도 하락한다.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해외 이전을 선택하는 ‘산업 공동화 현상’이 가속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복지비용 증가로 인한 국민 세금 증가, 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ㆍ부동산 구조 변화도 예상된다.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진 과장은 ""연령구조가 바뀌면 소비패턴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산업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인구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잠재성장률이 2000~2015년 연평균 3.9%에서 2016~2025년에는 1.9%, 2026~2035년에는 0.4%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인구 절벽’ 문제는 경제 둔화, 고용 불안정, 주거비 부담, 가족의 위기, 양육 시스템 부족 등 경제ㆍ사회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고차 방정식’이라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적극적인 이민자 영입과 정년 연장, 능력 있는 고령자의 취업 활성화 등이 생산연령인구 감소 폭을 줄일 대응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한두개만으로는 ‘묘수’가 될 수 없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에게는 자녀가 있을 때의 ‘효용’보다 자녀가 없을 때의 효용이 더 크니 애를 낳지 않는 것”이라며 “과거의 잣대와 시각으로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면 답을 찾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에 대한 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청년층의 체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복지ㆍ고용ㆍ산업 정책 전반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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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으로는 양육ㆍ교육ㆍ주거비 등 부담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세종시의 혼인ㆍ출산율이 높은 이유는 인구가 빡빡하게 몰려있지 않고 거주민들의 주거ㆍ교육ㆍ노후 등 제반 여건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며 “인구의 수도권 밀집 현상을 그대로 두면, 주거비 상승과 수도권 명문대 진학을 위한 사교육비 증가 등으로 출산율 저하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주형 일자리’처럼 지역 광역도시를 중심으로라도 인구 분산 유도 정책을 고민해야 주거 여건 개선과 함께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손해용ㆍ김도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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