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업체에 “정준영 폰 복원불가로 써달라” 현직 경찰 입건

중앙일보

입력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2016년 가수 정준영(30)의 몰카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성동경찰서 소속 A 경위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된 현직 경찰은 5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피의자로 입건된 윤모 총경 외에 또다른 경찰 윗선이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선 “현재까진 총경급 이상의 혐의가 확인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버닝썬 사태 입건 경찰 5명으로 늘어

버닝썬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A 경위를 입건했고, 정준영의 담당 변호인 B씨도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앞서 성동경찰서는 여자친구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 정씨에 대해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번에 입건된 A 경위는 당시 사설 포렌식업체인 M사에 전화를 걸어 “어차피 촬영 사실을 (정씨가) 인정하는데, 복원 불가 확인서를 써주면 안 되겠느냐”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일었다.

A 경위는 경찰 조사에서 “정씨가 촬영 사실을 인정하는 등 혐의가 확실했는데, 포렌식 작업이 늦어질 수 있어 빠른 사건 처리를 위해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청 관계자는 “A 경위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이 오간 정황은 확인된 게 없지만, 사건 처리의 미흡함 등이 있다고 판단해 입건했다”며 “최근에도 정씨를 변호하고 있는 B씨는 아직 입건 단계라 변호인 신분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아레나 탈세 규모 162억원 파악, 구속영장 신청

경찰은 또 강남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강모씨와 ‘바지사장’ C씨에 대해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2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레나의 조세포탈 금액(2014년~2017년)을 약 162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레나에는 명의사업자 6명이 등록돼 있는데, 앞서 3명은 실소유주가 강씨라고 진술했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바지사장 중 한명이 추가로 강씨가 실소유주라고 실토해 총 4명이 강씨를 실소유주로 지목했다”며 “명의사업자 6명 중 강씨 외에 연루 금액이 많고 혐의를 부인하는 C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월 강씨를 실소유주로 특정해 서울국세청에 고발했고, 20일 국세청에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한다. 서울청 관계자는 “아레나의 탈세 혐의 수사 대상자는 모두 10명으로 이중 마약 혐의로 수사중인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이 지난 17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이 지난 17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찰은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이 음주단속에 걸리자 단속 경찰에게 200만원을 건네려 한 정황도 포착해 입건(뇌물공여 의사표시 혐의)했다. 2016년 2월 서울 이태원에서 음주단속에 걸린 최씨가 단속 무마를 위해 돈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단속 경찰이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최씨가 200만원을 주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는 단속 경찰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앞서 최씨가 카카오톡 대화방(일명 승리 카톡방)에 ‘경찰에게 1000만원을 건네려고 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었는데, 실제 금액과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최씨가 경찰을 통해 음주 보도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추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다른 서울청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단속 당시 근무시간이 겹치는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 20여명을 모두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파출소, 교통조사계 등에서 근무하는 경찰 10여 명을 조사했는데 음주 보도 무마 등에 경찰이 관여한 정황은 확인된 게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2016년 승리카톡방에서 ‘음주운전이 보도되지 않도록 (경찰서) 팀장이 무마해줬다’고 써 논란이 됐었다.

손국희ㆍ권유진ㆍ김정연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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