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간 '쩐의 전쟁' 한미 방위비분담금…송영길 “13조원 감사 한 번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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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오른쪽)과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과 관련해 "제대로 된 심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오른쪽)과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과 관련해 "제대로 된 심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조 원대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안이 국회로 넘어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외국과의 협정이어서 발효되려면 국회의 비준이 필요하다. 국회 외통위는 18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가 지난 13일 보낸 협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동맹국 간의 협정안이긴 하지만 ‘쩐의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국회가 ‘현미경 검증’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민주평화당 천정배,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미군이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도 감사 한 번 못하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ㆍ미 당국은 한국 정부가 낼 분담금 1조389억원,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하는 내용의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 지난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공식 서명했다.

기자회견에서 세 의원이 주장한 핵심 내용은 이렇게 요약된다.

“1991년도에 1차 협정을 한 뒤 지금까지 모두 16조 2767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지급했는데, 단 한 번도 감사원 감사를 하지 못했다. 국민 세금을 16조 넘게 제공하면서 감사원 감사가 안 되는 조직이 있을 수 있나. 해마다 3000억원이 넘는 잉여금이 생겨도 제대로 감시ㆍ감독도 할 수 없고, 국고로 환수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항이 없다. 전기요금과 가스 요금, 상하수도 요금, 세탁ㆍ목욕ㆍ폐기물처리 용역에 대한 지원까지 명시하고 있는데, 이런 돈까지 우리가 다 내야 하는가."

국방부가 송영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한미군에서는 2013년 59억8700만원, 2014년 86억4500만원, 2015년 108억7200만원, 2016년 56억5800만원, 2017년 144억5900만원 등 2012년 이후 최근 5년간 매년 50억~100억원 이상의 불용액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미군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를 영리활동에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불용액 사용계획 등은 미국의 동의 없이 공개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국회 비준을 기다리는 제10차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체결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분담금은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지만, 8ㆍ9차 협정 때 각 5년씩이었던 유효 기간은 1년에 그쳤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서명식에서 협정서에 서명하고 있다. 한미는 지난달 10일 유효기간 1년(2019년)에 총액 1조389억원(작년 대비 8.2% 인상)의 협정안에 가서명했다.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서명식에서 협정서에 서명하고 있다. 한미는 지난달 10일 유효기간 1년(2019년)에 총액 1조389억원(작년 대비 8.2% 인상)의 협정안에 가서명했다. [뉴스1]

양국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9차례에 걸쳐 협상하고 이견을 좁혀갔지만, 미국에서 갑자기 최상부의 지침이라며 “마지노선은 10억 달러(1조1305억원), 유효기간은 1년”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3~5년을 주장하던 우리는 기간에서 양보했고 미국 측의 제안보다 낮은 금액인 1조385억원에 합의하면서 어렵사리 타협점을 찾았다. 하지만, “올해 협상은 더 어려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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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워싱턴포스트 등의 외신은 9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미군이 주둔 중인 동맹국에 ‘주둔비용+50%’ 공식을 확정했으며, 이를 한국과의 협상에서 처음 적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국회가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안에 대한 의견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단 세 의원의 기자회견이 국회의 제동을 예고하기는 했지만, 강도가 더 세질 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외통위 여당 관계자는 “나토와 일본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회계 감사를 하는데 우리는 단 한 번도 어떻게 쓰는지 들여다보지 못했다. 남북 관계의 중요성 때문에 정부가 미국에 할 말을 못 하는 경향이 있는 상황에서 의회에서라도 제동을 걸어야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기간 1년을 문제 삼고 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협상 타결 당시 “포괄적 동맹국 사이에 매년 갱신해야 하는 협상은 양국에 도움이 안 된다. 한ㆍ미 동맹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겠다”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한미동맹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꼼꼼히 살피는 일은 응당 국회에서 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유효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양보해 해마다 한미가 이런 협상을 반복되도록 만들어놓은 게 문제의 핵심이다. 문 정부의 실책이든 고의든 이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호·임성빈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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