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세금이 주도한 취업 26만 증가…대부분 노인·공공 일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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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과 비교해 26만3000명 늘어나며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25만 명 후반대 규모로 시행한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60대를 중심으로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덕분으로 분석된다.

2월 고용, 13개월 만에 최대 증가 #노년 40만 늘고 3040은 24만 감소 #‘좋은일자리’ 제조업 15만 명 줄어 #취준생 포함 청년 실업률은 24%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39만7000명 증가했다. 연령별 취업자 증감 폭을 집계하기 시작한 1983년 7월 이후 36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이 26만2000명으로 3분의 2를 차지한다. 그러나 30대와 40대 취업자는 각각 11만5000명과 12만8000명씩 감소했다. 고용률도 30대(-0.5%포인트)와 40대(-0.2%포인트)에서 악화했지만 60세 이상(1.8%포인트)에서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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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30~40대 인구는 감소하지만 60대는 늘고 있어 그 영향이 크다”며 “여기에 정부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조기 시행을 위해 공고를 냈고, 이에 맞춰 일을 시작한 분이 25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등 업종으로 유입되며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별로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취업자가 23만7000명 불어났다. 정부가 직접 인력을 채용하거나 세금과 기금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공공 일자리로 분류된다. 이 업종은 정부의 단기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올해 1월(17만9000명)에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뒤 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에서도 1만7000명이 증가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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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어업’에서도 취업자 수가 11만7000명이나 늘었다. 각종 영농정착지원금 등 귀농·귀어 지원 사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이들의 절반가량은 임금을 받지 않고 가족 일손을 돕는 ‘무급(無給) 가족 종사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에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양질의 직장’으로 꼽히는 제조업에서는 일자리가 15만1000명이나 줄었다. 업황 둔화, 구조조정 등 영향으로 지난해 4월 6만8000명 줄어든 후 감소세가 10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많이 받는 ‘도매 및 소매업’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에서도 취업자가 각각 6만 명, 2만9000명 줄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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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중심축’인 제조업과 30~40대의 고용 한파는 여전하다”며 “2월 고용 개선은 정부 일자리사업이 고용시장을 지탱한 것일 뿐 민간 고용 활성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고용의 질(質)’은 오히려 악화했다. 2월 실업자는 130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8000명 늘었다. 실업률도 4.7%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무엇보다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사실상 실업자’를 보여주는 ‘확장실업률’은 13.4%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층 확장실업률도 24.4%로 역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 일자리 확대와 지난해 일자리 증가가 부진했던 기저효과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지난해처럼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고용률·실업률 등 다른 고용지표가 악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전년 동월 대비 5만 명이 줄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와대는 ‘고용의 질’ 개선의 지표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제시했는데, 이 근거가 되레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세종=손해용·김도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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