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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정부의 민낯…공무원 왕창 뽑고, 대기업은 찔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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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 공공부문 채용 큰장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각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각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올해 경기도와 서울시, 경상북도 등에서 지방 공무원 3만3000여 명을 뽑는다. 지난해보다 7000명 이상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여기에 국가 공무원과 공기업의 신규 채용 예정 인원을 더하면 7만2000명이 된다. 경기 침체로 민간 기업의 채용이 얼어붙은 가운데 공공부문 채용 시장에 ‘큰 장’이 열린 것이다.

올해 지방공무원 채용 사상 최대 #국가직·공기업 합하면 7만여 명 #대기업 공채 10% 줄어 6000명 #10곳 중 4곳은 “채용 계획 없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지방자치단체에서 3만306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2만5692명보다 7368명(28.7%) 늘어난 것이다. 특히 주민의 삶과 직접 연관되는 소방·사회복지·생활안전 분야에서 채용을 크게 늘린다. 소방직에서만 5604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사회복지직은 2440명, 간호직은 1933명을 새로 뽑는다.

여기에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육아 휴직 증가 등도 지방 공무원 채용을 확대하는 주요 배경이다. 채수경 행안부 지방인사제도과장은 “올해 퇴직 예정인 1959년생 공무원은 8000여 명, 육아 휴직 중인 공무원이 1만5000명쯤 된다”며 “이에 따라 충원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6391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어 서울(4366명), 경북(3167명), 경남(2782명), 전남(2399명) 순이다.

신규 인력은 모두 공개경쟁을 거쳐 선발한다. 공개경쟁 임용으로는 2만6805명(81.1%)을, 일정한 자격증·학위·경력 등을 보유한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경력경쟁 임용으로는 6255명(18.9%)을 선발할 예정이다. 시·도별 선발 인원 등 구체적인 사항은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 및 통합 접수센터(local.gosi.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공채 필기시험은 9급 6월 15일(토), 7급 10월 12일(토)에 시행된다.

한편 정부는 올해 국가 공무원 1만40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인사혁신처에서 선발을 주관하는 인력만 6117명이다. 여기에 경찰·교사 등을 더하면 1만4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공공기관 채용도 늘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서울 양재동 aT센터에 열린 공공기관 채용박람회에 참석해 “공공기관의 올해 신규 채용을 2만3000명에서 2000명 더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공무원·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규모가 7만2000여 명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한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이 채용을 주도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 채용은 전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적 직무 분석을 근거로 해야 한다”며 “이번 발표가 이런 분석 결과에 근거한 채용 계획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고용 지표가 악화하자 ‘일단 공무원이라도 늘리고 보자’는 땜빵식 행정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취업한파 거센 민간부문

대기업 공채 시즌이 다가왔지만, 취업 한파가 거세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 대졸 신입 공채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도 10곳 중 4곳에 달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조사에 참여한 162개사를 대상으로 ‘2019년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채용 규모가 전년 대비 8.7%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응답 기업 중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를 하는 기업은 절반에 못 미치는 39.5%(64개사)였다. 응답기업 중 43.2%는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를 하지 않으며, 17.3%는 ‘아직 채용 여부와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채용 시기는 3월이 34.4%로 가장 많았고, 2월(10.9%), 4월(6.3%) 순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를 한다고 답한 64개 기업이 밝힌 채용 규모는 총 6222명으로 집계됐다. 한 기업당 평균 97명을 채용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동일기업의 채용 규모(6814명)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 신입 공채 시장이 그리 밝지 않다는 의미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채용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5.5%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답했다. ‘채용 규모가 감소할 것’(39.0%)이란 비관론이 ‘채용 규모가 증가할 것’(5.5%)이란 낙관론을 압도했다.

롯데그룹은 3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대졸 신입 공채 지원자를 모집한다.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상반기 신입 공채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AI 서류전형을 한다. CJ 그룹도 올해 3월 초나 중순에 공채를 계획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부터 대졸 신입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 채용을 도입했다.

서류전형과 면접 모두 블라인드 채용 전형을 하는 기업이 46.2%였으며 부분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곳은 27.7%로 조사됐다. 블라인드 채용 등 서류전형 단계부터 직무역량을 검증하려는 기업이 늘면서 입사 지원 검토 시간도 늘어났다. 기업 채용담당자 334명을 대상으로 ‘신입직 채용 시 입사 지원서 평가 시간’을 설문 조사한 결과, 지원자 1명의 입사 지원서(이력서+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1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5년 전(7.8분)보다 2.3분 늘어났다.

국내 대기업이 선호하는 사람은 ‘변화를 이끄는 혁신적 사고를 가진 인재’였다. 잡코리아가 시가총액 상위 30개사의 홈페이지에 나온 인재상 키워드 250건을 분석한 결과, ‘변화와 혁신’ 관련 키워드가 63.3%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어 창의·창조(60%), 도전(53.3%), 열정(53.3%), 전문가·최고(50%)와 같은 키워드가 뒤를 이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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