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최선희 스톡홀름 협상, 북미정상회담 성패 가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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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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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제2차 정상회담을 다음달 말 개최하기로 합의하면서 그 내용을 채울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회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선희 부상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석 차 17일(현지시간) 현지에 도착한 가운데 비건 대표가 오는 19∼22일 스웨덴을 방문한다고 국무부가 18일 발표했다.

워싱턴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각각 만나 2차 정상회담 개최와 시기를 대략 합의한데 이어 앞으로 1개월여 동안 정상회담의 '내용'을 채울 실무회담이 스톡홀름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 북미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테마들의 구체적 이행계획을 조율해 2차 북미정상회담의 테이블 위에 올리는 게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의 역할이다.

북미 양측이 지난해 말부터 물밑 작업을 통해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조합을 논의했고 결국 18일 2차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회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 등과 관련 어느 정도의 합의가 나올지는 미지수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에 구체적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못 박지 못한 것도 의제와 관련해 채워야할 '공란'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이 스톡홀롬 협상에서 입장 차를 얼마나 좁히느냐에 따라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 간 협상의 핵심 쟁점은 대북제재 완화일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예상이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관련 보도자료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아직 양측의 간극이 큰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미국의 제재·압박이 계속될 경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언급하며 배수진을 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비건-최선희 협상에서 '핵신고-검증' 등을 포함하는 전체 비핵화 로드맵을 다룰지도 중대한 관전 포인트다. 현 상황에서 핵 신고를 하는 것은 '타격 좌표'를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북한의 완강한 입장 때문에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된 구체적 계획이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

이에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선 비건-최선희 협상을 통해 비핵화 조치들의 상세 계획 뿐 아니라 핵 신고와 검증, 보유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 약속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밑그림을 만드느냐, 단순히 초기단계 조치 합의서에 그치느냐에 따라 비핵화의 앞날에 중대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톡홀름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미 3자 협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미간 비핵화와 상응조치 협상에서 다룰 의제 가운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종전선언 등 우리 정부가 담론을 주도해온 현안들이 있는 만큼 이 본부장이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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