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등한 경기" 일본 "어려움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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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전 역전패 이후 18일 크로아티아와 가까스로 비긴 일본 국민은 대부분 실망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경기여서 더욱 그렇다. 반면 호주 국민은 브라질에 졌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친 대표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먹구름 속 일본=일본 국민 사이에서는 크로아티아전 무승부에 '실망과 안도'가 교차하고 있다. 18일 일본에는 하루 종일 가랑비가 내렸지만 멀티비전이 설치된 곳곳에서는 호주와의 첫 경기처럼 축구팬들로 가득 차 일본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관전한 한 축구팬은 "크로아티아가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 일본이 힘들 것으로 생각했으나 비교적 선전했다"며 "브라질전을 기대한다"며 여전히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경기를 생중계한 니혼 TV 방송의 아나운서와 해설위원들은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는데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브라질전의 전망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1, 2차전에서 선수들이 잘했던 점을 살려 맞서는 게 방법"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사력을 다한 경기였지만 골은 멀었다. 일본의 16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약간의 희망은 남았지만 어려움은 한층 커졌다"고 안타까움과 일말의 기대를 섞어 보도했다.

◆ 아쉽지만 잘 뛴 사커루=히딩크의 마법이 브라질의 삼바 리듬에는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한겨울의 날씨 속에서도 시드니에선 새벽에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응원을 했다고 호주 AAP통신은 보도했다. 스포츠라면 럭비와 크리켓만 즐기던 호주인들도 축구 열풍에 흠뻑 빠진 것이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 인터넷판은 "경기는 졌지만 경기 내내 당황하던 것은 브라질"이라며 "호주 국민도 선수 못지않게 열심히 응원했다"고 보도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새벽 경기 시청으로 직원들이 매우 피곤한 모습으로 출근하더라도 관용을 베풀어 줄 것을 기업에 공식 요청했다.

◆ 흥겨워진 브라질 삼바=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까지 체중 문제를 거론할 정도였던 호나우두가 결승 어시스트를 기록하자 브라질 곳곳에선 삼바 리듬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브라질의 유력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 인터넷판은 "브라질의 최대 문제는 상대팀에 있는 게 아니라 자체에 있다"며 "향후 경기에서 호나우두가 제 기량을 찾아 월드컵 6회 우승에 다가섰으면 한다"고 전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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