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플라스틱, 체내에 들어오면 심각한 독성 유발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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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중인 국내산과 외국산 천일염 6종류를 분석한 결과 6종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프랑스산 천일염에서는 100g에 24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국내산은 최고 28개, 중국산 천일염에서는 17개가 나왔다.’(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의뢰해 목포대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

‘미국ㆍ영국ㆍ쿠바ㆍ인도 등 세계 14개국에서 수집한 수돗물 샘플 159개를 분석한 결과 80%가 넘는 128개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지난해 9월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이 연구ㆍ발표한 결과)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이 미세ㆍ초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돼 식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제 세계 과학자들은 미세 플라스틱을 직ㆍ간접적으로 섭취할 경우 인체에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소금 속 미세 플라스틱의 분포

소금 속 미세 플라스틱의 분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질환연구센터 정진영 박사팀과 질환표적구조연구센터 이정수 박사팀은 물고기 배아를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 플라스틱이 생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초미세 플라스틱이 대표적 실험동물 중 하나인 제브라피쉬 배아에서 크기에 따라 난막을 통과해 배아 체내에 쌓이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배아의 기관 중 영양을 공급하는 난황에 대부분이 축적됐다. 이외에도 신경이나 각종 기관에 퍼지는 것을 형광분석을 통해 관찰했다.

초미세 플라스틱을 흡수한 제브라피쉬 배아는 겉으로 보기엔 특이점이 없었다. 하지만 전자현미경을 통해 세포 수준에서 관찰한 결과, 미토콘드리아를 미세하게 손상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제브라피쉬는 줄무늬를 가진 열대어로, 인간과 유사한 기관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배아의 발생과 관련한 연구에 주로 활용된다.

제브라피쉬. 인간과 유사한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배아의 발생 관련 연구에 주로 활용된다. [AP=연합뉴스]

제브라피쉬. 인간과 유사한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배아의 발생 관련 연구에 주로 활용된다. [AP=연합뉴스]

정진영 박사는“이런 미세한 미토콘드리아 손상은 다른 독성이 있는 물질과 함께 있을 경우 복합적으로 작용해 급격한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실험에서는 금 이온과 함께 처리한 초미세 플라스틱에 미토콘드리아가 깨지거나 망가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이번 연구는 초미세 플라스틱의 체내 흡수와 분포, 그리고 잠재적으로 심각한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며“향후 또 다른 동물들을 대상으로 더 심도있는 독성 여부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노플라스틱으로도 불리는 초미세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이 쪼개지거나 분리되면서 생기는 미세플라스틱 중 가장 작은 플라스틱이다. 크기는 약 1마이크로미터(㎛) 이하다. 미세플라스틱과 달리 눈이나 현미경으로 관찰이 어려울 정도로 작은 플라스틱이다. 그간 미세 플라스틱이 환경과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알려져 있지만, 초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구체적인 체내 흡수나 분포, 생물학적 영향에 대해선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분야의 과학전문 국제저널인 나노스케일 12월1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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