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정호 의원 공항 갑질, 사과로 끝낼 일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공항 갑질’ 논란을 불렀던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어제 해당 공항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오후엔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김포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전 신분증을 꺼내 보여 달라는 공항 보안요원의 요구를 거절한 채 “규정을 가져오라” “니들이 뭐 대단하다고 갑질을 하냐”는 등의 호통과 폭언을 퍼부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었다. 또 공사 사장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등 고압적 자세로 일관하다 문제가 커지자 되레 “공항 직원에게 갑질을 당했다”며 20대의 보안요원에게 화살을 돌려 공분을 샀다. 김 의원은 김해 신공항에 반대했기 때문에 한국공항공사가 사건을 제보한 것이라고 둘러대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공격”이라고 항변하는 등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몰아갔지만 결국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닷새 만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김 의원은 어제 “아들뻘인 김씨에게 무례하게 했던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공항 근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닷새 동안의 국민적 분노를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물의를 빚었던 기업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비뚤어진 특권의식과 직장 내 갑질 사례에 비춰 봤을 때 김 의원의 행태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또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로 20대 청년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한 것은 그를 선량(選良)으로 택해 준 지역구민과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줬다. 야당에선 항공보안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회부할 것과 국토교통위원에서 사퇴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빗발치고 있다. 무엇보다 김 의원이 사회적 약자를 우선시하고 ‘사람 사는 세상’의 공정사회를 강조해 온 친노무현·친문재인계의 핵심 인사란 점에서 치명적 오점을 남긴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