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ㆍ인구 대비 특허출원 세계 1위..."특허 전문성은 보완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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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및 인구 대비 특허출원 건수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총 특허출원 건수도 세계 4위로 나타났다. 특허청은 21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최근 발간한 ‘세계지식재산지표(World Intellectual Property Indicator) 2018’을 인용해 이같이 발표했다. 세계지식재산지표 2018은 2017년을 기준으로 WIPO 회원국의 특허,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각종 출원 및 등록 지표를 수록한 통계 보고서다.

한국이 인구ㆍ국내총생산(GDP)대비 특허 출원수가 세계 1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한국이 인구ㆍ국내총생산(GDP)대비 특허 출원수가 세계 1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인구ㆍGDP 대비 특허 출원, 일본, 중국 제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내국인 특허 출원 건수는 인구 100만명당 총 3091건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2053건으로 2위, 스위스는 1018건으로 3위에 올랐다. GDP 1000억 달러 대비 내국인 특허 출원 건수 역시 8601건으로 세계 1위였다. 2위는 5869건을 기록한 중국, 3위는 5264건을 기록한 일본이었다.

GDP와 인구를 고려하지 않은 총 특허출원 건수도 2년 연속 세계 4위에 올라 특허출원 강국임을 입증했다. 내국인 총 특허 출원 건수는 2016년 대비 1.9% 증가한 총 20만 5000건으로, 같은 기간 전 세계 특허 출원 증가율인 1.3%를 0.6% 상회했다. 1위는 중국(138만 1594건), 2위는 미국(60만 6956건), 3위는 일본(31만 8479건)이었다. 이 외에도 지식재산권의 범주에 포함되는 디자인 출원 역시 인구ㆍGDP대비 세계 1위였으며, 기존 물품에 기술적 요소를 가미해 실용적 편리성을 증진하는 실용신안(utility model) 출원 역시 총 6811건을 기록해 세계 5위에 올랐다.

특허, 등록보다는 이전 통한 활용 중요...양보다는 질

인구와 GDP 대비 특허 출원이 1위인 것은 인상적이지만, 실질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특허 등록의 전문성, 기술이전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진 Pixabay]

인구와 GDP 대비 특허 출원이 1위인 것은 인상적이지만, 실질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특허 등록의 전문성, 기술이전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진 Pixabay]

특허 관련 지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은 고무적이지만, GDP 대비 특허 출원 건수만으로 주요 경제지표 상승을 기대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GDP 대비 특허 출원 1위라는 것은, 다시 말해 특허 출원이 활발한데도 GDP 상승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지식재산학회 회장인 윤선희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허 출원은 기술 개발의 극히 초기 단계를 의미한다”며 “특허 이전 등을 통해 실제로 개발된 기술이 활용됐는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출원된 특허 중 70%~80%는 경제적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허 출원 건수로는 부각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과 같은 창업 국가(Start-up Nation)는 기술 이전 분야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와이즈만 연구소 뇌과학연구실의 연구원이 실험용 쥐의 혈청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인 와이즈만 연구소는 기술이전을 위해 1959년 예다라는 자회사를 설리배 지식재산권으로 방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중앙포토]

와이즈만 연구소 뇌과학연구실의 연구원이 실험용 쥐의 혈청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인 와이즈만 연구소는 기술이전을 위해 1959년 예다라는 자회사를 설리배 지식재산권으로 방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중앙포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스라엘의 기술창업 지원정책과 한ㆍ이스라엘 협력 확대방안’에서 “(이스라엘의 경우) 창업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벤처 캐피탈 산업이 발달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 5대 기초과학 연구소로 꼽히는 와이즈만연구소는 1959년 기술이전을 위한 ‘예다’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특허 등 지식재산권으로 연간 로열티로만 1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특허가 경제 성장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을 배타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자와 특허 전문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세계경제포럼 생명공학위원회 공동의장인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특허는 경제성과 미래전망 등 기술의 가치가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이라며 “특허 전문가들에 의해 기술이 사업화되는 미국 등 국가와 달리, 한국은 연구자와 학생들이 특허 관련 행정까지 담당하고 있어 허점이 많다”고 밝혔다. 경쟁 기업이나 국가가 특허 회피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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