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못 쉬겠다"···카슈끄지 살해 직전 녹취록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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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AP=연합뉴스]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AP=연합뉴스]

지난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남긴 마지막 말이 공개됐다. 9일(현지시간) CNN은 카슈끄지가 숨지기 직전 까지 "숨을 못 쉬겠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카슈끄지의 마지막 순간이 담긴 녹음 파일 번역본을 읽었다는 한 소식통 인터뷰를 통해 카슈끄지 살해는 계획적이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녹음파일 번역본은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을 들어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당시 카슈끄지는 결혼 관련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총영사관에 들어갔다.

카슈끄지는 그곳에서 서류 작성을 하던 도중 한 남성을 만났다. 녹음파일 속 목소리를 확인한 결과 카슈끄지가 만난 남성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인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로 알려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이 읽은 번역본에 따르면 그는 카슈끄지에게 "돌아왔구나"라고 말했고, 카슈끄지는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사람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어 번역본에는 '비명', '숨을 몰아쉬는 중'이라고 상황이 묘사되었고, 더 이상의 대화는 나오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번역본에 따르면 카슈끄지의 마지막 말은 "숨을 못 쉬겠다"였다.

카슈끄지 대역 무스타파 알 마다니가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가는 모습. [사진 CNN]

카슈끄지 대역 무스타파 알 마다니가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가는 모습. [사진 CNN]

이 소식통은 번역본에 카슈끄지 시신을 토막내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톱', '절단'이라는 단어가 있었고, 왕실에서 보낸 법의학 전문가는 시신을 토막내는 이들을 향해 "소음이 클 수 있으니 음악을 들어라"라고 권유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가해자들이 중간에 세 통의 전화 통화를 했다는 내용도 번역본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터키 당국은 가해자들이 사우디 고위 관계자와 통화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CNN은 이번에 알려진 녹음파일 번역본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살해사건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부터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해 보고를 받은 미 상원의원 중 한 명은 CNN에 소식통이 읽은 번역본이 해스펠 국장의 보고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CIA는 터키 당국으로부터 카슈끄지의 살해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입수해 들은 후 무함마드 왕세자가 살해 명령을 내렸다고 결론 내린 상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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