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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정조준한 중국 화웨이 창업주 딸 캐나다서 전격 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거센 가운데 중국 굴지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 당국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거래 제재를 위반한 혐의다. 체포된 멍완저우(孟晩舟·46) CFO는 화웨이를 설립한 런정페이(任正非·74) 회장의 딸이며 화웨이 이사회에서 공동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거래 제재 위반 혐의 #사이버 안보 갈등 및 무역전쟁 일환 해석 #중국 "엄중한 인권 침해…미·캐나다에 항의"

지난 1일 미 당국 요청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화웨이 CFO. [EPA=연합뉴스]

지난 1일 미 당국 요청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화웨이 CFO. [EPA=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멍 CFO가 지난 1일 밴쿠버에서 체포됐으며 미국에 인도될 예정”이라는 이언 매클라우드 캐나다 법무부 대변인 발표를 전했다. 매클라우드 대변인은 “보석 심리일은 오는 7일로 잡혀있다”며 "멍 CFO가 요청한 보도 금지가 발효된 만큼 추가적인 내용은 제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멍 CFO 체포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해 이란과 다른 국가들에 제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미국 당국의 이 같은 수사 사실이 보도되자 중국 정부는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한다"며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WSJ는 “지난 수년간 미국은 화웨이의 미국 내 비즈니스를 제한하는 일련의 조치를 해왔고 최근에는 다른 나라도 이런 감축에 동참하도록 요청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실질적으로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꺾기 위한 미국의 공습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PT엑스포에서 5G 무선장비기술을 선보인 화웨이 부스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PT엑스포에서 5G 무선장비기술을 선보인 화웨이 부스의 모습. [AP=연합뉴스]

실제로 미국은 2012년 화웨이 장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의회 보고서를 근거로 화웨이와 다른 중국 장비업체 ZTE에 대해 미국 내 통신망 장비 판매를 금지했다. 취임 초부터 강한 대중 드라이브를 걸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 정부기관의 화웨이, ZTE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안(NDAA)에 서명했다. 최근엔 미 정부가 독일·이탈리아·일본에서 화웨이 통신 장비 사용 중지를 설득하고 나섰다는 보도(WSJ)도 나왔다.

이미 지난 8월 호주 정부는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 장비 공급을 제한했고 지난달 뉴질랜드가 이에 동참했다. 5일 영국 주요 텔레콤 회사인 브리티시텔레콤(BT)도 화웨이를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사업에서 제외하는 한편 3G, 4G에서 사용됐던 화웨이의 장비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세 나라 모두 ‘다섯 개의 눈(Five Eyes)’으로 불리는 미국의 1급 동맹국이다.

멍 CFO의 체포 사실이 보도되자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캐나다 주중 대사관은 이날 “미국과 캐나다 어떤 법률도 위반하지 않은 중국 국민을 미국 요구에 따라 캐나다 경찰이 체포한 것은 엄중한 인권 침해 행위”라며 “중국은 단호한 반대와 강렬한 항의를 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미 캐나다와 미국에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다”며 “미국과 캐나다는 즉시 체포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당사자를 즉시 석방하며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익을 전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주 베이징 캐나다와 미국 대사 초치 여부를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멍 CFO 체포를 인지한 시점에 대해서도 “이 자리에서 세부 사항을 토론하지 않겠다”며 답하지 피했다. 겅 대변인은 하지만 “벤쿠버 총영사관이 사건을 인지한 즉시 당사자와 영사 조치를 취했다”며 “캐나다와 미국은 지금까지 체포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도 성명을 통해 "회사는 멍 부회장의 혐의에 대한 정보를 거의 받지 못했다. 사법당국의 공정한 결론을 바란다"면서 "화웨이는 유엔, 미국, 유럽연합(EU)의 관련 법규를 모두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표적된 화웨이는

 화웨이는 1987년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 사업가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설립했다. 회사 명칭인 화웨이는 '중국을 위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925억 달러(약 103조 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다.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5300만대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위다. 직원 수가 18만 명에 달하며 미국 포천지 선정 세계 글로벌 기업 72위에 올라 있다.

[사진=화웨이]

[사진=화웨이]

◇화웨이 넘버2 멍완저우는 누구

이번에 체포된 멍완저우 화웨이 부이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이자 그룹의 실질적 넘버2이며 유력한 후계자다.
그는 런정페이와 전처 멍(孟)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인민해방군 출신인 부친의 외모와 성격까지 판박이다. 멍완저우는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를 따라 성을 바꿨다. 회사에 입사한 뒤 신분을 숨기기 위해 바꿨다는 설도 있다. 1992년 대학을 졸업한 뒤 건설은행에 입사해 1년간 일했다. 1993년 화웨이로 이직했다. 유학을 준비하던 멍완저우는 입학 허가를 받았으나 불법 이민이 우려된다며 비자를 못받아 포기했다. 때마침 아버지가 돈 버는 기술을 배우도록 했다. 그녀가 밝힌 화웨이 입사 이유다. 로비 안내원, 타자수, 카탈로그 제작, 전시회 보조 등 허드렛일도 가리지 않았다. 창사 초기 런 회장 3명의 비서 중 한 명이었다. 1998년 화중이공대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화웨이의 재무통으로 성장했다. 입사 20년 동안 로우키로 일관했다. 입사 20년 만인 2013년 1월 21일 ‘2012년 실적발표회’에서 언론에 처음 노출됐다.
멍완저우의 남편 쉬원웨이(徐文偉·55)도 화웨이 이사회 멤버다. 둘 사이에 아들(15)과 딸(9)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강혜란 기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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