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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아기 물고문하며 영상촬영···공포의 베이비시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월 23일 이대목동병원의 한 의사가 ‘112’에 전화를 걸었다.
“아동 학대가 의심됩니다.”
전날 밤 생후 15개월 된 문 모 양은 장염을 동반한 경련 증상을 보여 병원에 실려 왔다. 문양은 이미 뇌 상당 부분이 손상된 상태였다. 그 후 20일 만에 ‘미만성 축삭손상’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증상은 가장 심각한 종류의 외상성 뇌 부상 중 하나로, 자동차 사고나 낙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문양이 사망 전 자동차 사고에 준하는 심각한 물리적 충격을 겪었다는 의미다. 사망 당시 문양의 뇌는 80%가 손상됐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경찰은 신고를 받은 10월 23일, 문양의 베이비시터인 김모(38)를 경찰서로 불러 조사했다. 김씨는 “다른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 문양을 병원에 늦게 데려갔을 뿐이다. 문양을 학대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거짓이었다.

아파 설사하는 아이, 빨랫감 늘린다며 폭행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따르면 김씨는 설사 증세를 보이는 문양에게 10월 12일부터 열흘간 하루에 한 끼만 주고 수시로 때렸다. 온종일 고작 우유 200mL만 준 일도 있었다. 돌보는 아이들이 많아 스트레스가 커진 데다문양이 설사를 해 기저귀 교환과 빨래를 자주 하게 됐다는 게 이유였다. 문양은 올해 10월 21일 오후부터 눈동자가 돌아가고 손발이 뻣뻣해지는 경련 증세를 보였다. 그럼에도김씨는 문양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32시간 동안 방치했다.

김씨의 휴대전화에서는 또 다른 아동이 학대당하는 영상이 발견됐다. 영상 속 아이는 생후 6개월의 갓난아이였다. 김씨는 손으로 이 아이의 코와 입을 막고 욕조 물에 빠뜨렸다. 이 모습을 촬영하기까지 한 것이다. “부모가 양육비를 제때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검찰은 “양육비를 안 주면 아이에게 해코지하겠다는 것을 부모에게 경고할 목적으로 영상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휴대전화에서 해당 사진을 삭제했지만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영상이 복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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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로 뜨거운 물 뿌려 2도 화상

검찰은 문양과 갓난아이 외에도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봤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김씨에 대해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적이 있는지 확인했더니 2016년 당시 18개월이던 남아에 대해 사회복지사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한 내용이 있었다. 아이는  얼굴ㆍ목ㆍ가슴에 2도 화상을 입었다.
김씨는 “아이가 욕실 샤워기를 꼭지를 잘못 건드려 갑자기 샤워기에서 쏟아진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샤워기는 아이가 조작할 수 없을만큼 높은 위치에 있었고,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운 물이 나오려면 1분 이상 샤워기를 계속 틀어놓아야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신고를 포함, 문양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김씨에 대한 아동 학대 의심 신고가 5차례 있었지만 김씨는 한 차례도 입건되지 않았다.

경찰 출동까지 했지만 학대확인 못 해

신고를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화상이나 멍 등 단건으로는 학대로 결론짓기 어렵다는 점, 피해 아동들이 김씨와 강한 애착 관계를 보인다는 점 등을 들어 학대 판단을 보류했다. 아동의 친부모도 당시 상처를 확인했으나 학대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2차례는 경찰이 김씨의 집까지 동행했지만 경찰 역시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은 “김씨는 심한 우울증으로 10여년 간 정신과 진료를 받았으며 화가 나면 아이들에게 화풀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사설 위탁모에 대한 관리 감독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이다.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24시간 어린이집 위탁 아동들의 보육 실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검은 김씨를 지난달 30일 아동학대처벌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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