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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원희룡의 결단만 남은 제주 녹지병원 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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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내 최초의 투자개방형 병원 개설이 임박했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외부 투자를 받아 병원을 설립하기 때문에 영리병원으로도 불린다. 이런 특징 때문에 투자개방형 병원은 무엇보다 외국인 의료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게 기존 병원과의 차이점이다. 의료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달러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영리성이 투자개방형 병원의 진출을 가로막았다. 자칫 병원 의료비에 영향을 미쳐 의료 빈곤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런 이유로 투자개방형 병원은 2002년 김대중 정부 때부터 추진됐지만 번번이 반대에 막혀 빛을 보지 못하다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가 국내 처음으로 사업 승인을 내주면서 급물살을 탔다. 바로 제주 녹지병원 얘기다. 지난해 7월 준공돼 사용승인까지 받고 개설 허가만 남겨두고 있는 이 병원은 이미 의료진을 비롯한 운영 직원도 채용해 월급까지 주고 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에게 가로막혀 녹지병원의 문은 17개월째 굳게 닫혀 있다. 그 사이 제주도는 시민단체의 청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공론화 논의를 거쳤으나 개설 반대가 우세했다. 제주도민 다수의 바람과는 다른 결과였다.

합법적 절차에 따라 추진된 녹지병원이 끝내 문을 닫으면 파장이 적지 않다. 한국에 대한 투자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은 물론 녹지병원에 778억원을 투자한 중국 녹지그룹이 1000억원 규모의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중 외교에도 부담이 된다. 이 문제는 결국 원칙에 따라 풀 수밖에 없다. 그 권한과 책임은 오롯이 원희룡 지사의 몫이다. 원 지사는 당초 취지를 생각해 시민단체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무엇이 도민에게 도움이 될지 봐야 한다. 도민 다수는 녹지병원이 문을 열고 이 병원이 들어선 제주헬스케어타운까지 개발돼 제주 경제 활성화의 불쏘시개가 되길 바라고 있다. 선택은 자명하다. 원희룡의 결단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