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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소득주도 보완 약속한 홍남기, 시장이 지켜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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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어제 인사청문회를 통해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을 일부 인정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일부 정책의 과속을 인정하면서 보완과 개선을 약속했다. 특히 최저임금 급격 인상에 대해서는 “내년 이후 어떻게 합리적으로 결정할지 개선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반영한 유연한 자세는 일단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전반적 정책 기조는 그대로 이어갈 뜻을 밝혔다. 홍 후보자는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성은 맞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가시적으로 경제지표에 반영될 것”이라는 기존 정부 주장을 반복했다. 노동개혁 등 현안에 대해서도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지금까지 정부 입장과 달라진 게 뭐냐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하기엔 부족했다. 장관 후보자가 정부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맞서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예스맨’ ‘바지사장’ 같은 일각의 평가에서 벗어나려면 정책 답습보다는 좀 더 획기적이고 소신 있는 구상이 필요했다.

홍 후보자가 어제 청문회에서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가 ‘시장과의 소통’이다. 당장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자영업자·중소상공인 등이 고통받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는 정책 의도와는 반대로 소득 격차도 더 커지고 있다. 이를 보완한다며 국가가 무리하게 개입하는 바람에 시장은 더 큰 부작용과 홍역을 치르고 있다.

중앙일보가 최근 실시한 ‘경제인식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22%에 그친 반면 부정 평가는 43%에 달했다. 국민의 부정적 평가를 넘어서기 위해 2기 경제팀은 구체적 성과로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솔직한 현실 인식과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청와대도 ‘숨은 경제 컨트롤타워’ 운운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내각이 소신 있게 움직일 공간을 보장해 줘야 한다.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