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1500조원 돌파…증가 속도 둔화 불구 질 악화 우려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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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 가계신용이 151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연합뉴스]

9월 말 가계신용이 151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연합뉴스]

가계 빚 총액이 결국 15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신용은 총 1514조4000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에 1400조원을 넘어선 이후 1년만의 일이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미결제 잔액(판매신용) 등을 모두 더한 가계 빚 총량을 의미한다.

 2015년 말까지만 해도 1200조원을 간신히 넘었던 가계신용은 부동산 투자 바람을 타고 2016년말 1342조5000억원, 2017년말 1450조8000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가계 빚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분기(7월~9월) 가계신용 증가 규모는 22조원으로 전 분기(24조1000억원) 및 전년 동기(31조4000억원) 대비 모두 증가폭이 줄어들었다. 3분기 가계신용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는데 이 증가율은 2016년 4분기(11.6%) 이후 7분기 연속으로 작아지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일단 가계 빚 증가세가 여전히 가계소득 증가세(4.5%)보다 높다. 문소상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가계부채가 여전히 소득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 부담은 가중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10월부터 가계 빚의 질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9·13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길이 막힌데다가 10월31일의 총부채상환능력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선수요가 몰리면서 신용대출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0월 중 금융권 전체 기타대출(신용대출 포함)은 7조원 급증했다. 기타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으로 구성돼있어 담보대출보다 금리 인상 등 리스크에 더 취약한 대출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19일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 회의에서 "기타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증가세, 취약차주 상환부담 증대 등이 가계부채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며 "기타대출은 업권별 증가 추이가 다 다르고, 행태가 상이해 세밀한 분석과 맞춤형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8월 31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31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가계의 부채 부담은 물론 전체 금융 리스크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오는 30일 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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