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망치는 검은 코끼리…정부는 도대체 왜 못본척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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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자동차 공장을 휘젓고 다니는 검은 코끼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민주노총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기들 생각을 100% 강요해서…말이 안 통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민주노총 한국GM지부는 8일부터 인천 부평구 소재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점거 중이다. 이를 두고 홍 의원은 “노조와 대화를 거부한 적도 없는데 사무실 점거부터 했다”고 비판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추진에 항의하는 하부영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사진 현대차 노조]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추진에 항의하는 하부영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사진 현대차 노조]

국회에서 제시한 마감시한(15일·예산심의 종료일)을 앞두고 막판 협상 중인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도 민주노총 반대로 좌초할 분위기다. 민주노총 현대차지부는 “사측이 광주형 일자리에 투자하면 즉시 총파업”이라며 13일 현대차그룹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현대차 노조가 13일 현대차 본사에 전달한 항의서한. [사진 현대차 노조]

현대차 노조가 13일 현대차 본사에 전달한 항의서한. [사진 현대차 노조]

민주노총 한국GM 비정규직지회는 실직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12일부터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을 불법 점거 중이다. 이들은 지난 7월에도 16일 동안 한국GM 사장 집무실 점거했다. 민주노총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도 지난달 20일 동안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점거농성을 벌였다.

한국GM 비정규직 지회 점거농성. 위성욱 기자

한국GM 비정규직 지회 점거농성. 위성욱 기자

불법점거를 통상적인 투쟁 수단으로 사용하는 강성 노조는 자동차 업계의 검은 코끼리(Black Elephant)다. 검은 코끼리는 모두가 존재를 인지하고 있지만 너무 중대한 사안이라 다루기를 기피하거나 애써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하는 문제를 뜻한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저서 『늦어서 고마워』에서 처음 등장했다.

민주노총, &#39;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정부해결 촉구&#39;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8일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단식농성장에서 민주노총이 정부의 직접 고용 명령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 명은 사측의 특별채용 중단과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요구하며 지난 20일 이곳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대표단 25명은 22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2018.9.28   xy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민주노총, &#39;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정부해결 촉구&#39;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8일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단식농성장에서 민주노총이 정부의 직접 고용 명령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 명은 사측의 특별채용 중단과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요구하며 지난 20일 이곳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대표단 25명은 22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2018.9.28 xy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전문가들은 노사갈등이 검은 코끼리라고 누누이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간 노사갈등이 유발하는 문제를 애써 기피했다. 불법행위가 발생하더라도 노사합의를 유도·압박하며 확산 방지에 급급했다.

정부가 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청와대는 묵묵히 복직·채용 순서를 기다리던 희망퇴직자·신입사원 보다 쌍용차 해고자부터 전원 우선 복직을 추진했다. 덕분에 재계는 당사자 간 합의를 차근차근 이행하는 것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야 혜택 받는다는 학습효과를 경험했다.

검은 코끼리. [사진 21세기북스·교보문고]

검은 코끼리. [사진 21세기북스·교보문고]

3분기 현대차(2889억원)·기아차(1173억원) 영업이익은 중견기업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12일 현대차·기아차 신용등급 전망(안정적→부정적)을 하향 조정했다. 한국GM·쌍용차는 아예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관성·부정·두려움으로 존재를 부정하는 동안 검은 코끼리는 온 집안을 풍비박산 낸다"던 토머스 프리드먼의 설명대로다.

이런 상황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2기 경제팀이 꾸려졌다. 새 경제팀은 검은 코끼리의 존재부터 인정하라. 그리고 검은 코끼리가 더 이상 시장을 맘대로 휘젓고 돌아다니 않도록 고삐를 죄야 한다. 그것이 비극적 파국을 막을 첫 번째 열쇠다. 문희철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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