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도로 연결 12월초 이전 착공 “제재 완화 없다”는 트럼프 설득이 관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이 15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 위원장이 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이 15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 위원장이 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15일 고위급회담에서 12월 초 이전에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기로 합의하면서 미국과의 협의가 관건이 됐다. 미국이 대북제재 위반으로 문제 삼을 경우 한·미가 공개 충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뒤 “(유엔군사령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위급회담, 평양선언 이행 합의 #철도 부품 등 북에 주면 제재 걸려 #남북 속도전에 한·미 재충돌 우려

그런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97호(2017년 12월 채택)는 ‘모든 회원국은 북한에 모든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철강 및 여타 금속류를 공급·판매·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안보리는 구체적으로 북한에 주면 안 되는 품목분류 코드(HS코드)를 특정했는데 남북 간 철도 연결 사업에 투입될 수 있는 철도용이나 궤도용 기관차·차량 및 부품, 원자로·보일러·기계류·전기기기 및 부품, 철도용 설치물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경유나 석유 등도 연간 50만 배럴 이상은 북한에 주거나 팔 수 없다. 미국은 올해 대북 정유제품 공급량이 이미 상한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남북은 지난 8월 말에도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를 추진했지만 유엔사가 경유의 반출을 불허하며 무산됐다.

미국의 독자 제재도 변수다. 지난해 9월 발효한 미 행정명령 13810호는 북한 내 건설·운송산업 등을 제재 분야로 간주했다. 이를 위한 재화나 용역 제공도 금지했다. 또 철도·도로 연결에 미국산 부품이 들어간다면 미 독자 제재 위반이다. 북한 내 철도·도로 현대화는 대북 신규 투자를 금지한 한국의 독자 제재 5·24 조치와 상충할 수도 있다. 이미 한·미는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으로 공개적 파열음을 노출했다.

이처럼 정부는 속도전에 나섰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 전 제재 해제는 없다는 원칙을 또 분명히 했다. 그는 14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제재 해제를 준비하는지에 대해 “아니다. 나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오바마 행정부가 아니다”고도 했다. 과거 미 행정부가 북한에 보상을 먼저 제공했다가 비핵화에 실패했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북한이 더 많은 미사일을 지금도 생산하고 있느냐”고 집요하게 묻자 “아무도 정말 어떤지는 모른다”고 답을 피하다 “그렇다고 하자. 됐나?”라고 인정했다.

남북은 이날 고위급회담에서 개성공단 지역에 지난달 개소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향후 회담장소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2032년 여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문제 협의를 위한 체육회담(10월 말), 산림협력 분과회담(10월 22일), 전염성 방역을 위한 보건의료 분과회담(10월 하순) 등을 열기로 했다. 또 장성급 군사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비무장지대 등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위한 적십자회담은 11월 중 상봉 면회소가 있는 금강산에서 열린다.

조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여부에 대해선 “시기가 많이 남지 않았는데 적절한, 필요한 시기가 되면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회담에는 조 장관과 북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각각 남북 대표단 책임자로 마주 앉았다.

유지혜 기자, 판문점=공동취재단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