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체 “방북 성공은 쉽고, 워싱턴 설득은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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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캡처]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캡처]

중국은 남북 9·19 평양선언에 환영을 표명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9월 평양선언은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담판 프로세스에 새롭고 중요한 공동인식에 도달했다”며 “중국은 환영하며 양측의 적극적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중 외교부 “평양선언 환영…남북, 영구적 평화 실현을”

그는 “평화와 번영, 화해와 협력은 한반도와 지역 국민의 숙원”이라며 “중국은 남북 양측이 이번 선언의 합의를 잘 실천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과 지역의 영구적 평화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개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에 대한 중국의 깊은 관심을 거듭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전문가들 역시 평양선언을 높이 평가하면서 미국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왕서우웨이(王首偉) 국제거버넌스전략연구소(IIGS) 주임은 중앙일보에 “평양선언은 판문점 선언보다 큰 진전을 이뤘다”며 “한반도 정세가 비핵·평화·번영이란 정확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평양선언에 기존 북핵 처리 방안이 빠진 데 대해 왕 주임은 “북한의 핵 폐기에는 조건이 있다”며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전략적 신용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미국에게 책임을 돌렸다.

중국 매체 역시 평양선언을 신속히 보도하면서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관영 신화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조속한 서울 답방과 남북이 2032년 하계 올림픽 공동 개최를 신청했다”는 속보를 급히 타전했다. 별도의 논평에서 “남북 양측의 긴밀한 접촉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인내와 끈기를 보여줬다”며 “응당 미국이 호응해야 한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방북 성공은 쉽고, 워싱턴 설득은 어렵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남북 관계는 북·미 관계에 영향을 일부 끼칠 수 있지만, 북·미 관계가 남북 관계에 끼치는 영향은 결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이 설득할 주요 대상은 워싱턴”이라는 주장이다. 리난(李楠)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연내 남북 종전선언이 실현될 가능성은 비교적 작다”며 “연내 북·미 2차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아직 알 수 없고, 문재인 정부의 중개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간 실질적인 북핵 논의는 다음 달 베이징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왔다. 홍콩 명보는 19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오는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해 양제츠(楊潔篪)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2차 미·중 외교·안보 대화를 개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국방장관의 연내 두 차례 방중은 미·중 수교 이래 처음이다. 중국 외교부는 18일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는 유엔 총회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유엔에서 북핵 해법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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