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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바위 보는 즐거움…수락산 '도솔봉 코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하만윤의 산 100배 즐기기(29)

선명하게 자태를 드러낸 수락산 주 능선은 언제 봐도 근사하다. [사진 하만윤]

선명하게 자태를 드러낸 수락산 주 능선은 언제 봐도 근사하다. [사진 하만윤]

여러 산 중에 최고는 역시 집에서 가까운 산이다. 필자에겐 수락산이 그렇다. 지난해 여름에도 청학리를 들머리로 올라 정상과 기차바위를 지나 장암계곡으로 다녀온 적이 있었다.

유난히 덥고 메말랐던 여름을 지나 며칠간 가을장마에 서울 인근 산들 계곡에 물이 가득 차 흐른다는 다른 이들의 산행 후기를 보며 어쩌면 올해 마지막일지도 모를 계곡 물놀이를 위해 수락산행에 나섰다. 청학리계곡, 장암계곡, 벽운계곡 등 수락산(水落山)에는 이름에 걸맞게 물 좋은 계곡이 곳곳에 있다.

며칠 간 쏟아진 비로 벽운 계곡이 흘러넘친다. [사진 하만윤]

며칠 간 쏟아진 비로 벽운 계곡이 흘러넘친다. [사진 하만윤]

많은 등산객이 수락산역에서 출발해 이른바 깔딱고개를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를 찾지만, 필자는 이번 산행코스를 당고개에 모여 도솔봉을 올라 주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가는 것으로 정했다. 유려한 자태의 주 능선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고 덤으로 다양한 바위의 근사한 자태까지 감상할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폭염에 헉헉거리던 때가 언제였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마지막 계곡 물놀이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지 이번 산행에는 스무 명이 넘는 회원들이 동행했다.

학림사 일주문 앞에서. [사진 하만윤]

학림사 일주문 앞에서. [사진 하만윤]

당고개역에서 1Km 남짓 걸으면,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한 1,300년 고찰 학림사와 마주하게 된다.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아도 전체 모양새가 단아하고 기품 있어 마음을 정갈하게 만드는 사찰이다. 해탈문 옆 계곡을 끼고 나 있는 계단 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도솔봉을 향해 가는 길이 나온다. 경사가 심하진 않으나 줄곧 오르막이 이어지기 때문에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전진한다.

치마바위에서 바라본 도솔봉과 그 뒤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불암산. [사진 하만윤]

치마바위에서 바라본 도솔봉과 그 뒤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불암산. [사진 하만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도 낮은 여전히 여름의 끝자락이라 땀이 제법 흐른다. 학림사와 도솔봉 중간지점에 산 주 능선이 훤히 보이는 장소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이후 가야 할 길과 일정에 대해 회원들과 다시 한번 공유한다. 이곳에서 20여 분만 더 오르면 눈앞에 펼친 주 능선 길에 오르게 된다.

최근 도솔봉에 근사한 정상석이 새로 생겼다고 들었으나 이번 산행은 그걸 볼 수 있는 행운을 비껴가기로 한다. 비단 정상석이 아니더라도 이번 코스는 수락산의 다양한 바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마바위를 지나 하강바위에서 잠시 쉰다. 하강바위는 암벽등반을 즐길 때 주로 하강 연습을 하는 곳이라 하강바위로 이름 붙여진 곳이다. 우리 일행은 희망하는 몇몇 회원과 함께 하강바위에 올라보기로 한다. 이곳에 오르면 바위를 품은 수락산 능선과 불암산, 맞은편 도봉산과 북한산, 인근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때마침 시원한 바람까지 불면 땀을 식히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주능선에서 한눈에 만날 수 있는 바위들. 왼쪽부터 하강바위, 코끼리바위, 종바위. [사진 하만윤]

주능선에서 한눈에 만날 수 있는 바위들. 왼쪽부터 하강바위, 코끼리바위, 종바위. [사진 하만윤]

정상 아래쪽에 일행이 다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널찍한 공간을 찾아 점심을 먹고는 이내 정상인 주봉에 오른다. 이번 산행으로 수락산을 처음 찾은 회원부터 수차례 오르내린 회원들까지 최근 산행 중 날씨와 시야 확보가 최고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여름 끝자락이 가을 첫 자락에 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자연의 이치니, 맑고 청명한 하늘 아래 짙푸른 녹음, 그 녹음 사이를 비켜 부는 선선한 바람은 이때만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왼쪽부터 철모바위, 배낭바위, 독수리바위다. 수락산은 계곡 못지않게 기암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사진 하만윤]

왼쪽부터 철모바위, 배낭바위, 독수리바위다. 수락산은 계곡 못지않게 기암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사진 하만윤]

이제부터 하산이다. 철모바위, 배낭바위, 독수리바위를 지나 내려간다. 바윗길에 쇠기둥을 박아 이어놓은 줄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내리막길이라 조심해야 한다. 바윗길이 끝나는 지점에 장암역과 수락산역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일행은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벽운계곡으로 가기 위해 수락산역 방향 깔딱고개로 향한다.

숲 한가운데 떡하니 물개(바위) 한 마리가 자리 잡고 있다. 등산객이 작명 센스에 새삼 감탄한다. [사진 하만윤]

숲 한가운데 떡하니 물개(바위) 한 마리가 자리 잡고 있다. 등산객이 작명 센스에 새삼 감탄한다. [사진 하만윤]

30여 분을 더 내려가니 드디어 벽운계곡에 도착한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계곡들이 간간이 말라 있어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물개바위를 지나면서부터는 발을 담그고 몸을 적시기에 충분한 장소가 여럿 나타나 마음을 놓았다. 벽운계곡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계곡에 발을 담가 산행의 피로를 물에 흘려보낸다. [사진 하만윤]

계곡에 발을 담가 산행의 피로를 물에 흘려보낸다. [사진 하만윤]

계곡 근처에 마땅한 장소를 찾아 자리를 잡은 일행은 배낭을 풀고 땀을 식히며 마지막일지 모를 계곡 물놀이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만끽한다. 필자 또한 흐르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잠시 상념에 젖는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 별 탈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 투박한 나의 발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런데 상념에 깊이 빠져들 새도 없이 이내 발을 뺀다. 물이 어느새 시원함을 넘어 차게 느껴진 탓이다. 가을이 이긴 게 틀림없다.

벽운계곡 초입부터는 길이 잘 조성돼 가족과 함께 걷기에 좋다. [사진 하만윤]

벽운계곡 초입부터는 길이 잘 조성돼 가족과 함께 걷기에 좋다. [사진 하만윤]

굳이 산을 타지 않고 계곡만 즐기고 싶다면 ‘푸른 바위와 안개가 자욱하다’는 벽운동계곡 초입부터 새광장까지 4km 코스를 추천한다. 길이 잘 조성돼 엄마·아빠 손 잡고 어린아이가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한여름엔 이런 말을 할 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날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한적한 계곡에서의 풍류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

당고개역-학림사-도솔봉-정상-깔딱고개-벽운계곡-수락산역. 총 거리 약 8km, 총 6시간 정도. [사진 하만윤]

당고개역-학림사-도솔봉-정상-깔딱고개-벽운계곡-수락산역. 총 거리 약 8km, 총 6시간 정도. [사진 하만윤]

하만윤 7080산처럼 산행대장 roadinm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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