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수료 압박에 죽겠다"더니 이익은 되려 폭증...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50% 이상 껑충 뛴 수익을 올렸다 [중앙포토]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50% 이상 껑충 뛴 수익을 올렸다 [중앙포토]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50% 이상 껑충 뛴 수익을 올렸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카드업계의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81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5370억원)에 비해 50.9%(2731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수익을 이끈 건 가맹점수수료다.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이 올린 가맹점 수수료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953억원 늘었다. 금감원은 전체적인 카드구매 이용액이 지난해보다 15조7000만원(4.0%) 늘어난 덕분에 가맹점수수료 수익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카드사의 대출 취급 규모가 늘면서 카드론 수익도 지난해보다 1749억원 더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중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카드대출 이용액은 5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조2000억원(8.6%) 커졌다. 업계는 정부가 최근 제1금융권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일부 대출 수요가 카드론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비용도 함께 늘어났다. 카드사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마케팅비용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3235억원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제살깎기식 외형 경쟁으로 카드사의 수익성이 약화하고 있다"며 "과도한 마케팅 활동의 자제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금감원이 제살깎기의 전형으로 지목하고 있는 마케팅비용은 '기타마케팅비용'이다. 이는 특정 홈쇼핑에서 결제한 금액의 7%를 할인해주거나 특정 상품 구매액의 1%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느라 생긴 비정기적인 비용이다. 2014년 6012억원이었던 카드사들의 기타마케팅비용은 연평균 약 20%씩 성장해 올해 상반기에만 5374억원으로 커졌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한편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눈에 띄게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있었던 일시적 회계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6월 말 감독규정이 개정되면서 카드사들이 2개 이상 카드사에 카드론을 가지고 있는 차주에 대해 추가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약 2000억원의 일시적 비용이 생겼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를 고려했을 때의 순이익 증가 폭은 50.9%에서 11.3%로 작아진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줄기는커녕 늘면서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늘어난 데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구매 이용액이 많이 늘어나면서 수수료 수익이 커지고 동시에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IFRS 회계 기준으로 봤을 때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31.9%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의 '제살깎기식 외형경쟁' 지적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감원이 정작 카드사 마케팅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가서비스 비용을 줄이는 데에는 반대하면서 애꿎은 기타마케팅비용만을 들먹이면서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반발을 잠재우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올해 상반기 부가서비스 비용은 2조4185억원으로 총 마케팅비용의 74.5%에 달했다. 기타마케팅비용은 총  마케팅비용에서 16.5%를 차지하는데 그쳤으며 올해 상반기 기타마케팅비용 증가분이 전체 마케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 수준이었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마케팅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부가서비스 약관을 변경하려 하려고 하면 금감원이 소비자 혜택이 줄어든다는 이유를 이를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기타마케팅비용을 근거로 한 당국의 마케팅비 축소 요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