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이틀째 북한에 러브콜…“북ㆍ일 관계, 내가 직접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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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압박 노선의 선봉에 서왔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틀 연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날 의사가 있음을 밝히며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 아베 총리는 10일 오전 대통령 특사로 방북했던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직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때”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이어 11일 오전(현지시간) 이낙연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는 북ㆍ일 관계 정상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오전 아베 총리는 ‘제4차 동방경제포럼’이 열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이낙연 총리와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북ㆍ일 관계 개선 또는 정상화 의지가 있다”며 “그 문제는 나와 김정은이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납치 문제, 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한 다음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일본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오전(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일 양자회담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오전(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일 양자회담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다가오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피력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정책을 펼쳐나간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각에 공감한다“며 ”북한은 풍부한 자원과 근면한 국민이 있기에 올바른 정책을 취한다면 북한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며 “3차 남북정상회담이 북ㆍ미 관계도 잘 견인하고, 북한 비핵화에 구체적 진전이 있는 방향으로 추진 되길 많이 기대한다. 일본도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에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간 대화 재개에도 공헌을 하지 않을까 한다"며 "한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미국·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잊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의 대북 유화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아베 총리가 줄곧 강력한 대북 제재를 주장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월 2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발표 이후에도 대북 압박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같은 날 열린 강연회에서 “핵무장한 북한을 일본이 용인할 리는 없다”며  “압력을 높여 (북한이) 빠져나갈 길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대북 압박 노선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달 23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강력한 대북 제재 공조를 확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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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면담에서는 양국간 경제협력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이 총리는 또 경제협의회 등 한일 간 협의 채널 재가동, 한일어업협상의 조기 타결, 사회보장협정 개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아베 총리는 “어업협정은 실질적 논의가 조속 재개되길 기대한다. 경제고위급 채널 재가동은 신중히 검토하겠다. 사회보장협정 개정은 실무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각각 답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가 위안부 문제 등 양국 간의 어려운 문제를 언급했고,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설명한 뒤 지혜롭게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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