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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서 '압력'표현 다시 꺼내든 아베,"납치도 해결해야"복잡한 심경

중앙일보

입력

“북한을 둘러싼 문제는 (지금까지)잘 해결이 안됐던 문제다.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해 핵과 미사일, 납치문제가 전진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납치문제는 최종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북한과의 직접 협의로 해결해야 한다는 결의를 하고 있다.”

현지시간 9일 아베 총리가 G7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퀘벡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지시간 9일 아베 총리가 G7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퀘벡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지시간 9일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G7(주요7개국)정상회의가 종료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비핵화 쉬운 문제 아니다"며 강경 자세 유지 #"압력 완화 타이밍 잘못 정하면 안돼" 강조 #하지만 납치는 "북한과 직접 대화로 해결" #북미회담 뒤 몽골서 北당국과 접촉 검토

이 발언들엔 북·미회담을 바라보는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시각이 응축돼 있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는 말에서 읽히듯 아베 총리는 여전히 북한을 '믿지 못할 존재'로 바라 보고 있다.

아베 총리는 8~9일 G7 정상회의 기간 내내 참가국 정상들중 북한에 대해 가장 완고한 자세를 유지했다.

 일본 정부 브리핑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안보 관련 세션에서 비핵화와 관련, “북한으로부터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불가역적인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며 "제재를 해제하는 타이밍을 잘못 선택하면 결코 안된다”고 나머지 정상들을 독려했다.

 ‘이제는 최대한의 압력이란 표현을 쓰고 싶지 않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해 그동안 자제해왔던 ‘압력’이란 표현도 다시 사용했다.

회담에 배석한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이 중요하며,(북한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는 타이밍을 잘 못 정하면 안된다”거나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이라는 의미에서 (대북)압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현지시간 9일 캐나데 퀘벡 G7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옆에 앉아있다.[로이터=연합뉴스]

현지시간 9일 캐나데 퀘벡 G7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옆에 앉아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와 영국, 독일 정상을 따로 만나서도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반드시 CVID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의심하는 건 아베 총리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언론 NPO’가 미국의 메릴랜드대와 실시한 공동설문조사에 따르면 ‘6월12일 북·미회담에서 결정적인 성과가 기대되느냐’는 질문에 일본인의 6.2%만 "그렇다"고 답변했다.
21.8%가 “그렇다”고 답한 미국인들 보다 비율이 훨씬 낮았다.
‘비핵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일본이 52.2%,미국이 35.9% 였다.

아베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건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담보없이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폐기 등 일본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합의만으로 회담이 종료되는 시나리오다.

7일 정상회담을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7일 정상회담을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미국과 항상 100% 함께 한다”는 걸 강조하는데 온 힘을 집중해온 아베 총리로서는 ‘미국만 추종하다 얻은 게 무엇이냐’는 국내적인 비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수 많은 국내 정치 스탠들에도 불구하고 외교 성과 등을 앞세워 9월말 자민당 총재 3선에 도전하겠다는 아베 총리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의 진전’에 올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납치문제를 해결해야 일본이 경제지원에 나설 것”임을 강조한 뒤 아베 총리 자신이 김 위원장과의 직접 담판을 통해 납치 문제를 해결하는 수순이다.

하지만 북한은 “납치문제는 이미 종료된 사안”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어 앞 길이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다.  일본은 "납치해결 없이 국교정상화나 경제지원은 없다"는 기조로 북한을 압박할 계획이다.

일본은 북·미 회담 직후인 14일부터 몽골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울란바토르 대화’에 외무성 관계자를 파견해 이 회의에 참석하는 북한 당국자들과 접촉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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