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문 대통령, 북·미 양쪽 대표하는 수석협상가 돼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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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포용국가 전략회의’에서 주제 발표를 들은 뒤 박수 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은 함께 잘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은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포용국가 전략회의’에서 주제 발표를 들은 뒤 박수 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은 함께 잘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은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선 기자]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은 미국을 대리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담판 성격이 강해졌다.

[특사 방북 이후] 정상회담 전망 #지난 4일 한·미 정상 통화 때 요청 #정의용 “북한, 남측 역할 많이 기대” #문 대통령, 김정은과 평양 담판 #북·미 비핵화 이견 조율 시험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김 위원장을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브리핑에서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며 비핵화 논의를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공식화했다. 당초 청와대는 “다음 정상회담은 경제협력 회담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조속히 끝날 거란 전제였다. 청와대 내에서 “9월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왔다. 그러나 비핵화 회담이 멈춰서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북·미 간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지난 4월 1차 남북 정상회담 때보다 훨씬 부담이 커진 셈이다.

전날 대북 특사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4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남긴 메시지가 있었다”며 “정 실장이 이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협상가(chief negotiator)가 돼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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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도 정 실장에게 회신의 메시지를 건넸다. 정 실장은 “메시지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김 위원장이 ‘자신의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비핵화 해결 과정에서 북한도 남측의 역할을 많이 기대하는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 비핵화 진전을 위한 남북 간 구체적 협력방안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요구는 이날 정 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미국 측에 공식 전달됐다. 문제는 비핵화 방식에 대한 북·미 간의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특사단에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미국의 ‘동시행동’을 요구했다. 이달 말 유엔총회나 10월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겠다던 청와대의 계획도 틀어졌다. 정 실장은 이날 “(남·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김 위원장의 유엔총회 불참을 공식화했다.

3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남북 경협 논의도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의겸 대변인이 “특사 방북에서 ‘경협’의 기역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 회의에서 “특사단 방문 결과는 정말 잘됐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가져왔다”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큰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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