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줄인다"가 "늘린다" 보다 많아…"정부 정책으로 경기회복 기대"는 '0%'
대기업 절반 정도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해 신입ㆍ경력사원을 채용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는 기업보다 줄이겠다는 기업이 더 많아 하반기 고용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2일 발표한 ‘2018년 주요 대기업 신규채용 계획’ 결과에 따르면, 조사 참여 기업 122개 중 51.6%가 “올해 신규채용(신입·경력)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뒤이어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답한 곳이 24.6%였고, “증가할 것”이라고 답한 곳은 23.8%로 가장 적었다.
한경연, 500대 대기업 채용 계획 조사 #응답 기업 51.6%는 "지난해와 비슷" #'채용 증가' 늘었지만 '감소' 더 늘어
조사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올해도 여전히 좁은 취업문을 뚫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채용 규모가 증가할 거라고 답한 비율이 지난해보다 1.8%포인트 늘었지만,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곳은 이보다 더 많은 5.5%포인트 늘었다. 지난해엔 ‘비슷할 것’이란 답변이 52.6%, ‘증가’는 22%, ‘감소’는 19.1%였다. 그러나 올해엔 증가와 감소의 수치가 역전됐다. 지난해 조사 당시 ‘모름’이라고 답하거나 무응답한 비율이 높았던 영향도 있지만, 채용을 늘리겠다는 곳보다 줄이겠다는 곳이 오히려 많아진 것은 좋은 신호로 보기 어렵다.
또한 고졸ㆍ경력 채용을 제외한 대졸 신입 채용만 놓고 봐도 “전년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답한 곳의 비율도 지난해(13.9%)보다 4.9%포인트 늘어난 18.8%를 기록했지만, “전년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답한 곳(23.8%)보다는 적었다. 지난해보다 사정이 조금 나아질 수는 있으나, 아직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곳이 더 많은 탓에 얼어붙은 고용 시장을 녹일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 중 37.9%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부족한 인력의 충원’을 이유로 꼽았다. ‘회사가 속한 업종의 경기상황 개선’(31.0%), ‘미래 인재 확보 차원’(24.1%), ‘사회적 기대에 부응’(6.9%)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경기진작 지원정책 등으로 인해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라고 답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신규채용을 줄인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상황 악화’(40.0%)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그다음은 ‘회사 내부 상황 어려움’(33.3%),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 증가’(16.7%),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신규채용 여력 감소’(3.3%) 등 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채용 규모는 결국 경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현재도 상황도 안 좋고 당분간 경기가 좋아질 거라는 신호도 별로 없다"며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여러 정책도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없어 대부분의 기업이 채용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최근 잇따라 향후 3~5년간 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삼성그룹은 향후 3년간 채용예정 규모를 기존 2만명이었는데 4만명으로 2배 늘리고, SK그룹은 지난해(8200명)보다 규모를 늘려 올해 85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또 LG그룹 역시 올해 전년 대비 10% 정도 증가한 1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고, GS그룹은 지난 3년간 평균 3800명을 채용했지만 향후 5년간은 연평균 420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의 채용 규모는 과거 연간 3∼4000명 수준이었지만 앞으로 5년간은 매년 거의 배에 가까운 7000여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조사한 채용 규모만 보면, 이런 수치가 반영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조원 한경연 고용창출팀장은 “아직 고용시장이 크게 개선되거나 대기업들의 고용 창출 노력이 눈에 띄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지난해와 올해의 조사 결과를 함께 놓고 비교해 봤을 때 조금이나마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채용형태로는 공개채용보다는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대기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 때 수시채용을 시행한 기업은 54.1%였고, 이들 기업의 공개채용과 수시채용 비중 평균값은 각각 38.6%, 61.4%였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