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예산 22% 늘려 23조 … 또 세금주도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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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9년도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9년도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유례없는 확장 재정 카드를 꺼낸 이유는 고용 부진과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인 470조5000억원 규모의 ‘초수퍼 예산’을 ‘동력’으로 소득주도 성장의 후유증을 감당하고 본격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청년고용장려금 등 효과 없는데 #근본 대책 없이 역대 최대 증액 #전문가 “정책 실패, 재정으로 땜질” #세수 호조 꺾이면 나랏빚만 늘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세수 호조에 따른 수입 증가를 고려해 재정지출 규모를 확대했다”며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세금주도 성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소득 분배 및 일자리가 나빠지는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지금의 세수 호조를 근간으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실패의 부작용을 재정으로 땜질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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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과연 예산이 제대로 효과를 낼지 따져 봐야 한다. 올해도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최근 고용지표는 금융위기 후 가장 나쁘다. 역대 최대인 22%가 늘어나는 내년도 일자리 예산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가 없거나 증명되지 않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대상자를 11만 명에서 23만 명으로 늘리고, 1조374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2년 동안 300만원을 내면 정부가 1300만원을 보조해 목돈을 만들어 주는 사업이다. 중소기업 취업과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해 내일채움공제의 집행률은 55%에 그쳤다.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을 썼지만 집행률이 14.5%밖에 안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치가 원인인데, 이를 해결할 수단은 아니란 뜻이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중소기업이 청년을 고용하면 1인당 900만원의 임금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올해보다 약 3배 많은 7135억원이 내년 예산에 반영됐다. 그런데 사업이 잘되는 기업은 장려금이 없어도 고용한다. 중소 가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63)씨는 “초봉이 2500만원이라고 치면 정부가 900만원을 줘도 1400만원은 회사가 지급하는데 정부가 시킨다고 사람을 더 쓰겠느냐”며 “중소기업 사정을 모르고 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복지 예산은 경직성이 높다. 한번 시작하면 줄이기가 쉽지 않다. 세수 호황이 꺾이면 늘려둔 복지 예산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공무원을 3만6000명 증원하는 것도 상당한 재정 부담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와 달리 외부 충격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10% 가까이 예산을 늘리겠다는 것은 재정만능주의에 빠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은 반도체 호황으로 버티겠지만 세수 호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 등으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약속이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9년 총지출 증가율을 5.7%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론 9.7%였다. 불과 1년 만에 4%포인트가 널뛰기한 셈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을 압박하고 투자 의욕을 꺾는 여러 정책을 재고하는 게 고용 부진과 양극화를 개선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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