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성장에 밀린 혁신성장 … R&D 3.7% 찔끔 증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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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조6000억원(보건·복지·고용) vs 7000억원(연구개발)”

김동연 “총액보다 내용이 중요” #전문가 “미래 동력 투자는 외면”

올해 대비 내년도 해당 분야에 대한 나랏돈 지출 증가 규모다. 복지 관련 예산은 마구 늘어나는 반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찔끔 증가하는 모양새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7000억원 늘어난 20조4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사상 최초로 R&D 예산이 20조원을 넘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과학기술계의 숙원 중 하나가 예산이 20조원을 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숙원을 풀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뜻 정부가 최근 혁신성장을 강조한 기조에 맞춰 R&D 투자를 확 늘린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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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꺼풀 뜯어보면 사정은 그렇지 않다. ‘자화자찬’과 달리 내년도 R&D 예산 증가 수준은 규모나 증가율 면에서 미미하다. 내년도 R&D 예산 증가율은 3.7%다. 올해(1.1%)보다 다소 늘었지만 전체 증가율(9.7%)에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12.1%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12개 예산 부문 중 R&D보다 증가율이 작은 분야는 SOC(-2.3%), 농림·수산·식품(1.1%), 환경(3.6%) 세 개뿐이다.

내년도 예산안의 배분도 혁신성장보다는 소득주도 성장에 크게 기운 셈이다. 이에 대해 김동연 부총리는 “R&D 예산은 총량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며 “특히 내년도 산업 분야(산업·중소기업·에너지)는 전체 예산 증가율이 14.3%로 가장 높은 만큼 여러 분야에서 혁신성장의 철학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 분야 예산의 경우 올해 예산 증가율이 1.5%로 매우 낮은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다. 게다가 산업 분야 예산으로 분류된 소상공인 페이 구축, 1인 자영업자 고용보험료 지원 확대 등의 사업은 성장보다는 취약계층 지원 성격에 가깝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예산안이 지나치게 복지 분야에 편중돼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는 소홀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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