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행 전 구설에 오른 안철수...그는 한국에서 무엇을 했을까

중앙일보

입력

정치일선에 물러난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다음주 말 독일행을 앞두고 구설에 올랐다.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는 오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는 오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은 지난달 12일 “저는 오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며 독일행을 선택했다. 이후 안 전 의원은 전화기를 꺼둔 채 잠행을 했다. 그런 그가 다시 목격된 건 지난 21일 마포의 한 사무실에서다. 그가 측근이었던 박주원 전 안산시장을 만나는 모습이 기자에게 포착됐고 안 전 의원은 황급히 계단을 이용해 자리를 떴다.

이를 놓고 당 일부에서는 전당대회 개입설을 제기했다. 안 전 의원이 여전히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독일로 안가고 계속 국내에 머물렀다는 주장이다. 박 전 시장은 국민의당 경기도당 위원장 출신이다.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 나선 이준석 후보는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개입 쯤은 기자보기 부끄러워 도망가실 분이 아니다”는 비꼬는 글을 올렸다.
안 전 의원 측은 일단 전당대회 개입설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독일로 출국하기 전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위해 만났던 것으로 전당대회와 무관하다”며 “취재하던 기자가 엘리베이터를 막아 계단을 이용해 내려갔던 것 뿐이지 황급하게 자리를 떴던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의 차기 당대표를 뽑는 9·2 전당대회 본선 출마자들이 14일 등촌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 토론회에서 선전을 다짐하며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환, 손학규, 권은희, 이준석, 하태경, 정운천 당대표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바른미래당의 차기 당대표를 뽑는 9·2 전당대회 본선 출마자들이 14일 등촌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 토론회에서 선전을 다짐하며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환, 손학규, 권은희, 이준석, 하태경, 정운천 당대표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실제로 안 전 의원이 계속 국내에 머물렀던 건 아니다. 안 전 의원은 이달 초 독일로 출국해 2주 가량 머물며 장기 체류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다만 지난주 초 비자 발급 등을 위해 일시 귀국한 상태에서 측근 그룹 등을 만나는 장면이 우연히 목격된 것이다. 안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국내 정치에 관심을 끊고 유럽에서 자신만의 컨텐츠를 만들고 오라고 권유했다”고 전했다. 당내 많은 의원들도 “지금은 정치에 관심을 끊을 때”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다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심(安心) 논란 등이 반복되는 건 그가 독일 유학 후 정치에 복귀하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전 의원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에서도 정계은퇴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그의 주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국민들이 다시 그를 불러낼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그가 정치권을 떠나 있는 사이에 당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관리자로 손학규 후보를 낙점하고 당 대표로 밀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바른정당 출신들과의 세(勢)싸움을 위해서라도 거물급인 손 후보가 적합하다는 논리다.

이런 가운데 안 전 의원의 측근 그룹들은 세 조각으로 나뉘어 당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손 후보를 미는 그룹이 가장 많지만 일부는 김영환 후보와 장성민 후보를 돕고 있다. 이 중 장 후보는 11일 예비경선에서 컷오프 당했다. 김 후보와 장 후보 모두 “안 전 의원이 노골적으로 손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이같은 논란을 뒤로 한 채, 전당대회가 열리는 9월 2일 이전에 독일 뮌헨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뮌헨의 유명 민간 연구소를 베이스캠프로 해 1년 가량 머문다는 계획이다. 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독일로 출국하는 날을 정했지만 돌아오는 날은 정하지 않았다”며 “여러 여건의 변화에 따라 1년이 넘을 수도, 그 전에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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