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지 눈물까지" 진종오도 박상영도…주최 측 운영 미숙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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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진종오(39·kt)와 박상영(23·울산광역시청). [연합뉴스·중앙포토]

왼쪽부터 진종오(39·kt)와 박상영(23·울산광역시청). [연합뉴스·중앙포토]

진종오(39·kt)도 박상영(23·울산광역시청)도 눈물을 삼켜야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회 주최 측의 미숙한 경기 운영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대회 전부터 축구 조 추첨을 3번이나 하는 등 대회 준비·운영 등에서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너무 억울한지 눈물 글썽일 정도" 

2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 사격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미터 공기소총 결선 경기에 참가한 진종오가 테스트 사격 중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 사격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미터 공기소총 결선 경기에 참가한 진종오가 테스트 사격 중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종오는 21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시티 슈팅 레인지에서 열린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178.4점으로 결선 진출 8명 가운데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예선에서 584점을 쏴 2위로 결선에 오른 진종오는 결선을 앞두고 악재를 맞았다.

본 경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쏘는 시사(시험 사격)의 마지막 발 결과가 선수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진종오는 심판에게 항의했다. 진종오는 영어에 능통하지만 심판은 그렇지 않았다. 장내 아나운서는 그대로 경기를 진행해버렸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보통 국제대회에서는 모니터를 고치고 무제한 시사를 주는데, 대회 운영 미숙 탓에 한 발밖에 안 줬다. 진종오가 초반부터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심리 상태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격에서 선수에게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 해당 선수가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해당 선수가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의 시사 기회를 주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경기의 심판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사를 한 발만 허용했다.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은 총 8명이 출전해 서바이벌 점수제로 진행된다. 먼저 5발씩 2시리즈 총 10발을 쐈다. 이후 2발마다 누적점수 최하위가 탈락한다. 진종오는 처음 두발을 10.6점, 10.2점을 쐈지만, 이후 9점대, 8점대를 쏘면서 5위에 그쳤다.  

진종오는 경기를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사격 관계자는 "너무 억울한지 눈물이 글썽일 정도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 새는 얼음 주머니 갖다 댄 공식 의료팀 

17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 결승전에서 한국 박상영이 무릎 통증으로 주저앉아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17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 결승전에서 한국 박상영이 무릎 통증으로 주저앉아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이번 아시안게임 주최 측의 미숙한 경기 운영은 박상영이 출전한 19일 남자 펜싱 에페 결승전에서도 드러났다.

박상영은 결승전 당시 여러 차례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심판은 박상영을 치료하기 위해 경기장에 급히 들어온 한국 의료팀에게 나가라고 지시했다. 대신 인도네시아 공식 의료팀을 불렀다.

[사진 KBS스포츠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 KBS스포츠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 KBS스포츠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 KBS스포츠 유튜브 영상 캡처]

인도네시아 공식 의료팀은 박상영에게 물이 새어 나오는 얼음 주머니를 갖다 댔다. 얼음은 이미 녹아있던 상태였다.

결국 인도네시아 공식 의료팀은 한국 의료팀에 밀려나야 했고, 박상영은 그때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손지아 의무트레이너는 경기 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얼음 때문에 물이 흥건하게 피스트에 젖어 있었다"며 "그렇게 되면 (선수가) 미끄러질 수 있어서 부상의 위험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게 아시안게임인지"라고 고개를 내저으며 "부족한 게 너무 많다"고 했다.

박상영은 이날 경기에서 드미트리 알렉사닌(카자흐스탄)에게 12-15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시작 전부터 잦은 일정 변경 등으로 우려를 자아냈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연이어 크고 작은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펜싱장에서는 조명 시설 이상으로 경기 진행에 차질이 있었고, 19일 GBK 수영장에선 메달 시상식의 국기 게양대 일부가 떨어지거나 설비 이상으로 국기가 올라가지 않기도 했다.

한 선수단 관계자는 "경기 도중 벌어지는 작은 사고는 자칫 경기의 흐름과 선수들의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이런 미숙한 경기운영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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