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첫날 이란 찾아가 손잡은 北 이용호 외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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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이란의 테헤란에서 이용호(왼쪽) 북한 외무상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이란의 테헤란에서 이용호(왼쪽) 북한 외무상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복원·개시된 7일(현지시간)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란 테헤란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만났다. 이번 방문은 북한 측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무상은 전날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폐막 후 바로 이란으로 향했다.

이란 외무부 "향후 우호 증진 및 양국 이해 논의" #로하니 재선 후 첫 방문…알자지라 "시점 우연 아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이날 회담이 끝난 뒤 “양국 장관은 현재 상호관계에 만족하고 향후 우호를 증진하기를 희망했다”면서 “중동과 국제사회의 최근 상황과 양국의 이해와 관련한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 발표에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이 외무상의 방문이 주목받는 것은 시점 때문이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트위터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경고한 경제·금융 제재가 복원된 첫날이다. 아랍권 뉴스채널 알자지라는 “양국은 공히 미국의 제재 하에 있는 나라들”이라면서 “두 외교 수장의 이날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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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란 입장에선 우군의 확보를 알릴 필요가 있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날 늦게 트위터를 통해 “세계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지쳤다”면서 “세계는 충동적인 트위터 엄포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등 우리의 여러 무역 파트너에게 물어봐라”라고 썼다. 직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비즈니스를 하는 누구라도 미국과 더 이상 비즈니스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을 이 같이 맞받아쳤다.

이 외무상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등 북한 대미외교를 이끄는 책사임을 감안할 때 이란이 대트럼프 전략과 관련해 조언을 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 없이 이란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깜짝 제안을 했지만 이란은 “제재하면서 대화하자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11월 2차 원유수출제재가 시작되기 앞서 양국이 어떤 식으로든 물밑 접촉을 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홀리 디펜스’ 박물관 정원에 전시된 이란제 미사일. 왼쪽부터 위성발사체 시모르그(사피르)2A, 시모르그1. 그 옆은 탄도미사일 세즈질2, 가드르1, 샤하브 3B, 샤하브2. 시모르그 2A는 북한의 은하3호와 비슷하다. 미국으로부터 공히 '불량국가'로 지목된 이란과 북한은 무기 개발 협력 의혹을 받아왔다.[중앙포토]

‘홀리 디펜스’ 박물관 정원에 전시된 이란제 미사일. 왼쪽부터 위성발사체 시모르그(사피르)2A, 시모르그1. 그 옆은 탄도미사일 세즈질2, 가드르1, 샤하브 3B, 샤하브2. 시모르그 2A는 북한의 은하3호와 비슷하다. 미국으로부터 공히 '불량국가'로 지목된 이란과 북한은 무기 개발 협력 의혹을 받아왔다.[중앙포토]

이란이 아니라 북한이 이번 외무장관 회동을 제안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미국 내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고 북한은 이에 반해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국면에서 미국의 최대 적성국가 수장이 나란히 손을 잡은 격이다. CNN도 “이 외무상은 지난해 5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재선 이후 이란을 방문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라며 회동 시점에 주목했다.

이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에서도 불편함이 감지된다. 북한과 이란 모두에 강경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 CNN에 "역사적으로 이란과 북한은 핵무기 운반 시스템인 탄도미사일에서 협력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북한의 2007년 시리아 원자로 건설을 예로 들며 "핵과 관련해서도 그들이 함께 일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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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보좌관은 또 7일 폭스뉴스에 출연해서도 “북한은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이란에 하듯,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무상은 8일 로하니 대통령과 알리 라리자니 의회 의장을 만난 뒤 귀국할 예정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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