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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올 여름 가장 뜨거웠던 곳은 ‘서프리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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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폭염이 이어진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이 이어진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연합뉴스]

최악의 폭염이 나타났던 이른바 ‘7말8초’ 동안 전국에서 서울이 가장 더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 것이다.

7말8초 한반도 폭염지도 달라져 #서울 17일간 평균기온 31.4도 1위 #대구는 대전·청주 이어 4위 그쳐 #대관령·태백 25도 안팎 가장 시원

본지가 지난달 21일부터 6일까지 전국 95개 기상청 공식 측정지점의 평균기온을 분석한 결과, 서울은 17일간 평균 31.4도로 가장 높았다.

대전과 충북 청주가 각각 31.2도, 31.14도로 2, 3위를 차지했다. 반면, 강원도 대관령과 태백은 24도와 26.1도로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은 29.3도였다.

전통적으로 폭염이 심했던 ‘대프리카’ 대구는 31.11도로 4위였다. 서울과 강원 홍천이 지난 1일 각각 39.6도와 41도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깼으나 대구는 지난달 27일 39.2도가 최고 기록이다.

같은 기간 평년(1981~2010년)값과 비교해봐도 대구(27.3도)가 1위, 서울(26.2도)은 15위였으나 올해 순위가 역전됐다. 한반도의 폭염 지도가 바뀐 셈이다.

“뜨거운 동풍에 열섬현상 더해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여름 서울이 유난히 더운 것은 낮에는 동풍이, 밤에는 열섬현상이 기온을 높였기 때문이다.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장은 “동풍으로 푄 현상(공기가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고온건조해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낮 동안에 서울에 열이 공급됐고, 밤에는 콘크리트 등 인공구조물에 축적됐던 열이 방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의 최저기온 평균 역시 27.6도로 가장 높았고, 해안지역인 제주·여수·포항·부산이 뒤를 이었다. 그만큼 서울의 밤이 뜨거웠다는 뜻이다.

서울에서는 지난 1일과 2일 밤 최저기온이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이 관측됐다.

비슷한 위도에 있는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서울의 열섬현상은 더욱 뚜렷했다.

폭염이 절정이었던 1일 오후 4시 경기 양평(39.4도)과 홍천(41도)이 서울(39.2도)보다 기온이 높았다. 하지만, 이튿날 오전 6시 양평이 26.2도, 홍천이 25.5도로 떨어진 반면, 서울은 30.4도를 유지했다. 대도시 서울은 홍천·양평과 달리 밤에도 쉽게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서울에서는 대부분의 건물 외벽이 콘크리트여서 낮 동안 열을 머금고 있다가 해가 진 이후에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열대야가 심해지고 있다”며 “서울엔 밤에도 '태양'이 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왼쪽은 7월 21일~8월 6일 평균기온 분포도, 오른쪽은 평년값과 편차다. 붉은색이 진할수록 평년보다 더웠다는 뜻이다. [기상청 제공]

왼쪽은 7월 21일~8월 6일 평균기온 분포도, 오른쪽은 평년값과 편차다. 붉은색이 진할수록 평년보다 더웠다는 뜻이다. [기상청 제공]

“폭염·열대야 더 빈번해질 것”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걸려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걸려있다. [연합뉴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서울의 기온은 해마다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지난 106년간(1912~2017년) 서울의 연평균 기온을 분석한 결과, 10년마다 0.24도씩 올랐다. 최저기온 상승 폭은 0.36도로 더 크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서울의 폭염과 열대야 현상은 더 빈번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기후변화 추세로 볼 때 앞으로 올해 같은 극심한 폭염이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자주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녹지를 늘리는 등 열섬 효과를 낮추기 위한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찜통 도시’ 벗은 대구, 비법은?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달서구 신당네거리(9.1㎞)에 설치된 노즐이 물을 분사하며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씻어주고 있다. [중앙포토]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달서구 신당네거리(9.1㎞)에 설치된 노즐이 물을 분사하며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씻어주고 있다. [중앙포토]

그런 점에서 대구는 성공한 셈이다.

대구는 ‘찜통 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꾸준히 물뿌리기와 나무 심기를 진행해 왔다.

대구 만촌네거리~계명대역 사이 9.1㎞엔 도심 바닥 온도를 낮추는 클린 로드 시스템이 있다. 2013년부터 4~9월에만 가동 중인 자동 물뿌리기 장치다. 하루 4번 시간을 정해 도로 바닥에 물을 뿌려주는데, 한낮 도로 표면 온도를 20도 이상 낮춘다.

또, 지난 20여 년 동안 시내에 느티나무·모감주나무 등 34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나무는 도심에 자연적인 그늘막을 만들고 무더운 공기도 식혀준다.

김옥재 대구시 공원녹지과 담당은 “나무가 늘어나면서 여름철 대구 도심의 기온을 3도 정도 낮춘 효과가 생겨난 것으로 본다”며 “오는 2021년까지 1000만 그루의 나무를 대구에 더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대구=김윤호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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