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육부는 대입에서 손 떼고 대학 자율에 맡길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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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 중3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을 논의해 온 국가교육회의가 어제 최종 권고안을 교육부에 넘겼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정시) 비율을 현행보다 늘리도록 하라는 게 골자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수능 평가 방식은 주요 과목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절대평가는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 대입개편 공론화 의제 1안과 2안을 어정쩡하게 절충한 처방이다. 사실상 현행 대입제도 테두리 안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졸속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시 비율 확대 혹은 수능 절대평가 확대라는 엇갈린 주장을 해온 교육·시민단체 양쪽이 모두 반발하는 이유다. 교육부가 대입개편 확정을 1년이나 미루고 뜸을 들였지만 혼란만 가중시키고 무위로 끝난 셈이다.

국가교육회의는 수능 위주 전형 확대 비율은 정하지 않은 채 교육부로 공을 넘겼다. 교육부가 이달 말 확정 예정인 대입 개편안에 그 비율을 담을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이 적절하다고 본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약 39.6%였던 만큼 그 언저리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공산이 크다. 이는 대학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재정지원 사업으로 대학의 돈줄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탓이다.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입시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100% 신입생을 선발하는 포스텍 같은 대학에 일부 정원을 정시로 뽑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대학 특성을 무시한 폭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대입을 지금처럼 땜질식으로 고쳐서는 답이 없다. 획일적인 입시에서 탈피해 미래 사회에 걸맞은 인재 양성에 부합하는 중·장기 대입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교육부가 대입에서 손을 떼고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주는 것이다. 이미 현행 고등교육법상에도 일부 입시는 대학 자율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