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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한 석탄 진실 안 밝히면 스캔들로 비화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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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달 중순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반입됐다는 문제가 제기된 이후 우리 정부는 “관계 당국에서 조사 중”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는 사이 석탄 반입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확산일로다. 언론과 정치권이 선박 정보 사이트 등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에서 환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은 당초 2개에서 최소 8개로 늘어났다. 이 선박들이 대북제재 조치가 취해진 지난해 8월 이후 우리 항구에 총 52차례나 입항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가 6일 "조사대상 9건의 대다수 관련자들이 혐의를 부인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의 핵심 주체여야 할 한국에서 ‘구멍’을 내는 일들이 이어지자 국제사회의 시선도 따갑다. 미 의회에서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업체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국내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공사의 주가가 전일 종가보다 2.51%나 떨어진 건 이런 불안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관세청은 북한산 석탄이 한전의 발전 자회사인 남동발전에 유입된 것과 관련한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대북제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국무부는 6일 “북한이 비핵화 행동을 구체적으로 취할 때까지 제재 효력은 유지된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의 행보는 미국과 엇나가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종전선언 조기 실현’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언급하자 미측이 “북한에 비핵화 조치를 취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했다는 외국 언론의 보도는 우려스럽다. 대북제재는 평화적으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우리 정부가 하루빨리 수사 결과를 내놓고 재발 방지 의지를 밝혀야 국제 스캔들로 비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게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