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일사병 237명···습도 높은데 통풍 안되면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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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안전센터 소방대원이 화재 현장 정리를 마치고 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119안전센터 소방대원이 화재 현장 정리를 마치고 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24일 경북 영천과 경기도 여주의 낮 최고 기온이 40.3도를 기록했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측정한 것인데 2016년 경북 경산 것과 같다. 공식 기록은 지역별 대표 관측소 측정치인데, 24일 경북 의성이 39.6도까지 치솟아 종전 기록(20일 합천의 38.7도)을 갈아치웠다.

피해자 45%가 당뇨 등 만성질환자 #영천·여주 한낮 40.3도까지 치솟아

이로 인해 폭염 피해자가 급증한다. 2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열사병·실신·탈진 등의 온열질환자(일사병 환자)가 23일 하루에 110명 발생해 1303명(사망자 14명)으로 늘었다. 야외에서 활동하던 사람이 1066명이다. 실내에 있으면 별문제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237명이 집·작업장 등 실내에서 피해를 봤다. 전체 피해자의 18.1%다. 실내 사망자는 4명이다.

갑자기 희생된 실내 일사병 환자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부산에서 지난 20일 숨진 81세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치매 증세를 보였다. 전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단독주택 2층 방에서 창문·방문을 꼭 닫고 자다 열사병에 의해 변을 당했다. 가족이 창문을 열면 "누가 나를 쳐다본다"며 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고 한다. 담당 경찰은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 바람도 싫어했다. 몇 년 그렇게 여름을 보내도 이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돌아가셨다. 체온이 41도였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당뇨병도 앓았다.

일사병 환자는 발생 장소에 따라 다소 양상이 다르다. 질병관리본부 미래감염병대비과 유효순 연구관은 "실외 환자는 주로 건장한 중년층이 많고, 실내는 취약 계층이 많다"고 분석한다. 실내 일사병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내 피해자의 45%가 고혈압·당뇨병·뇌졸중·심혈관질환 등을 한 가지 이상 앓고 있다. 집에서 피해를 본 61명 중에는 38명(62%)이나 그랬다. 실외 피해자(37%)보다 훨씬 높다. 실내 작업장에서도 47명이 피해를 봤다. 237명 중 60대 이상이 40%다.

실내 피해자는 지병 때문에 바깥 나들이를 잘 못 한다. 부산 할머니 담당 경찰은 "할머니가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고 말한다. 경북 김천의 42세 여성 사망자는 조현병을, 부산의 90세 할아버지는 당뇨병·척추협착증을 앓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김유미 미래감염병대비과장은 "어린이나 노약자는 체온조절 기능이 약해 온열질환에 취약하기 때문에 집·자동차 문을 닫고 홀로 두면 안 된다"며 "고혈압 등의 만성병 환자는 폭염에 더 취약하고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질본은 외출을 자제하고 경로당·복지관 등 4만5000여 곳의 무더위 쉼터를 적극 활용해 달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로당에 잘 가지 않던 사람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실내 더위는 실외와 달리 높은 습도가 문제다. 고령층이나 만성병 환자는 갑작스레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긴다. 물이나 얼음으로 자주 몸을 씻거나 팔·겨드랑이·다리 등을 찬물로 식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종철 경기도청 자연재난대책팀장은 "실내 공장 지붕이 슬레이트·함석으로 된 데가 많아 은근히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 1시간 작업하고 10~15분 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식·정종훈 기자, 부산=이은지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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