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청년병' 강직 척추염 치료법 발전, 환자 의지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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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주지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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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유럽류마티스학회 연례 학술대회(2018)에서는 류머티즘 질환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가 발표됐다. 그중 관심을 끈 주제는 강직 척추염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자해 비율이 일반인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캐나다 연구팀의 발표였다. 강직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질병이다. 연구 대상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이 있거나 자해 경험이 있는 환자를 제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직 척추염이 환자의 삶의 질과 정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강직 척추염은 만성 전신 염증 질환이다. 한 자세로 오래 있을 때 뻣뻣한 느낌이 들고 통증이 생기다가 움직이면 통증이 완화한다. 질환 인지도가 워낙 낮아서 정확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진단이 늦어지면 척추가 천천히 구부정해져 원래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워질 위험이 크다. 특히 10~30대의 젊은 나이에 주로 발병하기 때문에 제때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인 관계와 사회생활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강직 척추염의 치료는 통증을 완화하는 소염진통제 처방과 자세 교정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사로 투여하는 생물학적 제제들이 출시돼 치료법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류마티스질병연보(ARD)’는 2012년에 이어 지난해 보다 풍부해진 데이터를 근거로 ‘강직 척추염 치료 권고안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새 권고안에서는 강직 척추염 치료의 목표를 ‘증상 관리뿐 아니라 척추의 구조적 손상을 막아 신체 기능을 보존하고 동반 질환을 최소화해 장기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에 있다’고 명시했다.

과거에는 강직 척추염 치료에서 증상 완화가 목표였다면 최근에는 평생에 걸쳐 환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척추의 구조적 변형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적인 치료 목표가 됐다. 최근에 나온 인터루킨-17A(IL-17A) 억제제 계열의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척추의 방사선학적 변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치료 4년차까지 장기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환자 개인이 평가하는 치료 만족도에서도 10명 중 7명이 ‘이전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전반적인 증상 개선에 대해 더 만족한다’고 답했다.

강직 척추염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환자·의료진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적극적인 의지다.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일찍 진단받고 적극 치료해 건강한 척추·관절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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