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18년 된 대만, 만두회사 ‘복무’까지 허용해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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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호 03면

[SPECIAL REPORT] 대체복무 

우상쑤

우상쑤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만을 사례로 들곤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받아들인 아시아의 첫 국가로도 소개된다.

대만의 ‘반면교사’ 사례 #아시아 첫 양심적 병역거부 수용 #종교 사유 한정, 군과 무관한 복무 #정권 바뀔 때마다 기간 단축 경쟁 #2년 → 4개월까지 줄여 징병제 흔들 #병역 관련 조치는 잘못 알게 돼도 #되돌릴 수 없으니 신중히 결정해야

“대만에서 2000년 도입한 대체복무제로 인해 병역회피 시도는 발생하지 않았고 사회보장 수준이 올라가고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국제사회 평가까지 받았다.”(2015년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포함해 누구나 자유로이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대체복무제도의 사례가 된다고 할 것이다.”(3월 한국헌법학회·서울변호사회의 대체복무제 토론회)

하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은 좀 더 비판적이다. 그중 한 명인 싱가포르의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소(RSIS)의 우상쑤(吳尙蘇) 연구원은 중앙SUNDAY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대만은 다른 나라들이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반면교사의 사례”라고 말했다. 자신이 저술 중인 ‘대만의 징병제 : 성공하지 못한 진화’란 제목의 23쪽 원고도 제공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 같은 견해차는 대만의 징병제 개혁이 대체복무제 도입을 넘어선 수준으로 진행된 데서 비롯된다. 야당(민진당)으로 첫 정권교체가 이뤄진 2000년은 대만 징병제엔 변곡점이 된 해였다. 군복무 기간이 2년에서 22개월로 줄었다. 또 “군 복무를 하고 싶지 않은 자는 누구나 신청하면”(천신민 전 대만 대법관) 이들 중 상당수가 단기간의 집총(執銃) 훈련을 마친 후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가 신설됐다. ‘군대 가지 않을 의지’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중 종교적 사유인 경우에 한정해 군(軍)과 무관한 복무 트랙이 제공됐다. 관리 주체도 군이 아닌 내무부였다. 군 개혁 차원이었지만 군 복무 자체가 인기가 없는 요인도 있었다.

그 이후 민진당→국민당(2008년)→민진당(2016년)으로의 정권교체에도 경쟁적으로 추가 조치가 이뤄졌다. 복무 기간은 20개월(2004년)→16개월(2007년 1월)→14개월(2007년 7월)→12개월(2008년)로 줄었고 급기야 2014년부터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간다는 방향도 제시됐다. 종교적 사유의 대체복무요원은 31~87명에 머물렀지만 대체복무요원은 급증했다. 2000년 5000명이던 것이 2014년 2만6941명까지 됐다. “사실상 징병제의 해체”(뉴욕타임스)란 평가가 나왔다.

그사이 중국의 군사 굴기(崛起)가 대만 안보의 위협으로 크게 부각됐는데도 흐름이 달라지진 않았다. 모병마저도 잘 안 돼 모병제로 가는 시기만 늦췄을 뿐이다. 올해엔 1994년 이후 출생자들은 4개월의 군사훈련을 받으면 된다. 우 박사는 “상대적으로 민진당 지도자들이 안보에 치중하나 그들도 방향을 되돌리진 못했다”며 “국가안보를 위해 손을 봐야 한다는 장기적 노력과 선거란 단기적 영향 사이 불일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역은) 잘못을 알게 돼도 되돌릴 수 없으니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문답이다.

한국 전문가 중엔 ‘대만에서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활용될까 우려해 대체복무요원 숫자(쿼터)를 제한했지만 늘 미달됐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한국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해도 현역을 기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란 논거다.
“대만에선 사기업도 요건만 맞으면 대체복무요원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체 징병 대상의 20%가 넘는 규모가 대체복무를 한다. 인기가 낮다고 할 수 없다.”

집총을 거부하지 않으면 얼마든 군 복무를 안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의미다.

사기업으로 대체복무를 확대한 이유는.
“방위산업에도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상업주의에다 (군 또는 대체) 복무가 구직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이유도 더해졌다. 지난해 만두 회사까지 대체복무요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보도된 이후 인터넷상에서 비판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정부가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고 있다.”
그간 경험으로 한국에 조언한다면.
“징병제를 하는 이유가 국가안보 때문이란 걸 잊어선 안 된다. 대체복무를 하더라도 대체복무와 국가안보·국방과의 관련성을 유지하는 데 대단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연재해나 테러도 안보에 있어 핵심적인 부문이다. 그러니 소방관이나 응급의료요원, 민방위 목적의 활동 요원도 대체복무요원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정부기관 등에의 대체복무엔 신중히 해야 한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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