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이 북 때릴수록 폼페이오 협상력 커진다 … ‘굿캅 배드캅’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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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5~7일 평양을 방문해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후속 협의를 하기로 한 가운데 워싱턴에선 묘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정보당국발 북핵 은닉 보도 쏟아져 #BBC “미 정부 차원 의도적 북 압박”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의 재부상과 이어지는 북한의 비밀 핵·미사일 활동에 대한 보도다. 6·12 정상회담을 앞두고 볼턴 보좌관의 존재감은 급격히 약해졌지만 최근 들어 다시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길게 늘어지고 지연되는 (북한과의) 회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대북 견제구를 날리며 재등판을 공식화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 번째 중국 방문을 마친 시점이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1일에는 미 CBS방송에 출연해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1년 내 해체하는 방법을 북한과 논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2일 정례브리핑에서 ‘1년 시간표’와 관련해 “현재로선 긍정적인 변화를 향한 큰 모멘텀이 있다”고 한 것은 이것이 미 행정부가 지향하는 목표라는 점을 사실상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제히 쏟아져 나오는 ‘정보 당국발’ 보도들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30일엔 CBS와 워싱턴포스트(WP) 보도로 제2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인 강선(강성)의 존재가 드러났다.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2일 북한이 올 상반기에도 신형 탄도미사일 지원 장비와 발사대를 계속 생산해 왔다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후속 협상을 앞두고 ‘굿캅 배드캅’ 전략으로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워싱턴에서 배드캅들이 활약하며 북한을 믿어선 안 된다는 경고를 발신할수록 오히려 평양에 가는 폼페이오 장관이 굿캅 역할을 하며 협상력을 발휘할 공간이 넓어질 수 있으며,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기에도 용이하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도 2일 “정보 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내용들이 이처럼 한꺼번에 보도되는 것은 정부 차원의 의도적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더디플로맷의 앤킷 판다 선임에디터는 “강선의 존재에 대한 북한의 인정 여부에 따라 진심으로 협상에 임하는지가 판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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