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건물주 남편인데"…대학생들 전세금 가로챈 건물관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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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가 인근 게시판에 붙은 원룸 광고들. [연합뉴스]

한 대학가 인근 게시판에 붙은 원룸 광고들. [연합뉴스]

대학 인근 원룸가에서 대학생들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채 도주한 60대 건물관리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국민대 인근의 한 원룸 건물에서 임차인 18명과 전세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보증금 5억4000만원을 챙긴 건물관리인 김모(60)씨를 사기 혐의로 검거해 구속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피해자 18명 중 17명은 대학생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5년 2월부터 원룸 건물주에게 월세임대차업무를 위임받았다. 김씨는 이를 기회삼아 건물주의 남편 행세를 하며 임차인들을 속였다. 건물주에게는 임차인들과 월세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월세임대계약서 18매를 위조해 보여줬다.

김씨는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임차인들에게 받은 전세보증금 일부를 매월 피해자들이 낸 월세인 것처럼 건물주에게 입금했다고 한다. 남은 돈으로는 개인 부채를 상환하거나 도주 비용으로 사용했다. 일부는 임대기간이 만료된 '가짜 전세입자'의 보증금으로 반환하는 등 돌려막기를 하기도 했다.

김씨의 범행은 올해 초 처음 덜미가 잡혔다. 보증금 반환 기간이 다가왔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임차인들이 건물주에게 이 사실을 알린 것이다. 세입자들은 지난 3월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지난달 23일 경기도 광주에 은신해 있던 김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경험이 부족한 대학생은 부모 등 유경험자가 입회한 상태에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길 권장한다"며 "반드시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등본상 소유자와의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조건도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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