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사전 준비팀 싱가포르행 … 김정은 집사 김창선과 접촉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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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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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 위기에 놓였던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한과 미국의 실무접촉이 재개될 조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양측이 먼저 뉴욕에서 예비접촉을 시작한 뒤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의를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27일 “북한과 미국은 뉴욕 채널을 통해 수시로 현안을 논의해 왔다”며 “뉴욕에서 가닥을 잡은 뒤 싱가포르에서 본격 협상하고, 양 정상이 만나는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 5개월 만에 총정치국장 교체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이날 “백악관의 사전 준비팀이 싱가포르로 27일(현지시간) 떠난다”고 전했다. 조셉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패트릭 클리프턴 대통령 특별보좌관이 준비팀에 포함됐다.

북한도 정예팀을 꾸려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의전이나 경호는 김창선(사진) 서기실장이, 의제 부분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챙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 실무접촉이 성사된다면 김창선 실장이 직접 나설 수도 있다. ‘김정은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그는 26일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귀국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창선이 베이징을 경유해 싱가포르로 가려다가 북·미 정상회담이 한때 결렬되자 귀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실무 총책으로 떠오른 김영철은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통전부나 국제부 부부장, 외무성 부상급을 현지에 파견해 원격으로 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북·미 실무진 간에 협상이 진전돼 전문성이 필요한 합의문 작성 단계에선 북한의 대미 외교 핵심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투입될 수 있다. 그러나 최선희는 최근 북·미 분란의 진원지로 찍혀 있어 김정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한편 김정은은 최근 군 지휘부 인사에서 김정각 총정치국장을 김수길 평양시 당 위원장(옛 시당 책임비서)으로 교체했다. 총정치국장이 올해 초 황병서에서 김정각으로 바뀐 지 5개월여 만이다. 김정각의 비리가 발각됐거나 최근 정세와 관련해 뒤숭숭한 분위기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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