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중 무역 갈등 일단 봉합됐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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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 수입을 대폭 늘리기로 했고, 미국은 ‘관세 폭탄’을 일단 거둬들였다. 미·중 무역협상단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이 수입을 확대할 품목으로는 농산물과 에너지가 적시됐다. 대중 무역적자와 함께 미국이 가장 큰 불만 사항이었던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가 성명에 포함된 점은 미국의 불만을 고려한 대목이다. 북·미 핵 협상을 앞두고 중국과의 불협화음을 줄이고 싶은 미국의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로 미·중 무역전쟁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양국이 발표한 성명서에는 구체적인 무역적자 감축 수치와 일정이 명시되지 않았다. 얼마든지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 중국에 ‘공정무역’을 요구하는 미국의 불만은 뿌리가 깊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신문 기고에서 중국의 보호무역으로 인한 대중 무역적자, 중국의 미 첨단기술에 대한 부당한 이전 요구, 그리고 중국 국부펀드와 국영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를 통한 지적재산권 탈취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로드맵에 따라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을 공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해외 기업의 선진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중 갈등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주요 2개국(G2)의 무역전쟁 휴전은 통상으로 먹고사는 우리에겐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양국 협상에서 미국의 대중 적자를 줄이기 위해 한국산 반도체를 흥정 대상으로 삼았다는 보도가 두 달 전 흘러나온 바 있다. 혹시라도 미·중 합의에 이런 밀약이 있다면 그건 중국이 주장한 ‘자유무역’도, 미국이 강조한 ‘공정무역’도 될 수 없다. 우리 정부와 업계가 함께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