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회, '성폭행 의혹' 김성룡 9단 제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성룡 9단 [사진 한국기원]

김성룡 9단 [사진 한국기원]

헝가리 출신 여성 프로기사 디아나 코세기(35) 초단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성룡(42) 9단이 프로기사회에서 제명됐다.

프로기사회는 8일 서울 성동구청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임시 기사총회에서 김 9단 제명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75, 반대 17, 기권 12표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기사 제명은 프로기사 정족수(현재 354명)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프로기사회에서 제명되더라도 프로기사 자격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기사직에 대한 징계는 한국기원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디아나 초단은 지난달 16일 프로기사 게시판을 통해 9년 전 김 9단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김 9단은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다가, 지난 6일 기사 사퇴서를 프로기사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기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표결로 제명안을 처리했다.

김 9단은 앞서 지난 3일 자로 기사회에 보낸 기사총회 참석 여부 답변서를 통해 자신의 처지와 심경을 밝혔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바둑계가 어려운 시기에, 개인적인 문제로 바둑인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몹시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전제한 뒤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을 접한 아내와 아이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우울증세가 매우 심한 상황이다. (...) 아이들은 전학했으며 아내는 우울 증세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저로서는 그저 죽고 싶을 따름”이라며 “이번에 저로 인해 열리는 기사총회에 참석해 성폭력이 아니라는 것을 성실히 해명하고 싶지만, 가족 모두 상태가 매우 위험해 제가 곁을 꼭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 이번에는 참석 못 하는 점을 양해 바랍니다”고 글을 맺었다.

한편, 한국기원이 이번 사건 조사를 위해 신설한 윤리위원회는 김 9단과 디아나 초단 양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진상을 파악해 오는 14일로 예정된 운영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보낼 예정이다. 한국기원 이사회는 이를 토대로 김 9단의 기사직 박탈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