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뤄진 한국GM 운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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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호 08면

한국GM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여부가 미뤄졌다. 한국GM은 20일 오후 8시 긴급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안건을 논의한 끝에 23일 최종 결정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사회, 법정관리 23일 최종 결정 #노사협상은 결렬, 노조 "계속 논의"

한국GM 노사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 노사교섭을 시작했지만 30분만에 정회했다. 이어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카젬 사장이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후 7시 자리를 뜨면서 교섭은 결렬됐다. 이에 따라 한국GM 이사회가 법정관리 신청 방침을 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이날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앞서 댄 암만 GM 총괄사장은 지난 13일(현지 시간) “20일까지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GM 사측은 노사교섭 최종 결렬을 선언했지만 노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이날 “협상 ‘결렬’이 아니라 ‘미협상’”이라며 “23일까지 교섭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가능성이 남았다는 뜻이다.

한국GM은 자금줄이 고갈된 상태다. 25일 근로자 임금(800억원), 27일 희망퇴직자 위로금(5000억원) 지급일이 돌아온다. 협력업체 대금과 GM 본사가 한국GM에게 빌려줬던 차입금(1조7100억원)도 상환해야 한다. 이런 채무를 이행할 돈이 없는 상황에서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GM측 설명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회계법인을 선임해 자산 실사 작업에 착수한다. 회계법인은 회사를 청산할 때 회수할 수 있는 가치(청산가치)와 기업을 계속 운영할 때 얻을 수 있는 가치(계속기업가치)를 분석한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더 크다면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그래도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공장·토지·기계장치 등 잔여 재산을 매각해 채권자에게 지급하게 된다. 한국GM이 공중분해 된다는 의미다. 만약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다면, 채권을 갚아가며 인수 의향이 있는 기업을 물색할 수 있게 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 주도의 강제 해고가 가능하다.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요인이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2009년 2월 법정관리를 시작한 이후 2646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협력업체도 상당한 경영난을 피할 수 없다. 한국GM의 1~3차 협력사(3000여개)의 고용 인원은 14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협력사가 줄줄이 파산하면 다른 완성차 제조업체의 부품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연간 30조9000억원 규모의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천=문희철 기자, 서울=김도년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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